ADVERTISEMENT

[김영택의 펜화기행] 장성 백양사 쌍계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6면

그동안 들러 본 절집 누각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을 손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백양사 쌍계루를 들 것입니다.

백암산의 두 계곡이 합쳐지는 곳에 자리잡은 쌍계루가 백암산 정상의 학바위와 비자나무 숲을 배경으로 서있는 모습은 그림엽서처럼 아름답습니다. 특히 가을 단풍철 형형색색의 단풍과 어울린 쌍계루의 절경이 물위에 비쳐 또 다른 모습으로 보일 때 아름다움은 곱배기가 됩니다.

쌍계루는 밖에서 보아도 아름답고, 누마루에 올라 밖을 내다보아도 아름답습니다. 전면 세간, 측면 두간의 누각에는 여러 시인 묵객들이 쌍계루를 노래한 시들로 빼곡하고, 기둥과 기둥 사이로 보이는 바깥 풍경은 액자에 넣은 작품 사진처럼 추억이라는 마음 속 앨범에 소중하게 남습니다.

우리의 전통 건물이 모두 그렇듯이 쌍계루도 건물 자체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주변과 기막히게 잘 어울리기 때문에 아름다워 보이는 것입니다. 좋은 건물터를 찾을 줄 알던 조상의 지혜가 소중해 보입니다.

고불총림 백양사는 백제 무왕 33년(632년) 신라 사람인 여환이 창건해 백암사라 하였고, 고려 덕종 3년(1034년) 중연선사가 중창한 후 정토사라고 부르기도 했답니다.

백양사 입구 관광단지의 도로에는 잘생긴 소나무들이 도로 한가운데와 길가에 묘하게 서 있습니다. 도로를 넓히면서 옛날 좁은 길 양편에 있던 나무들을 베어내지 않고 그대로 살려 둔 채 공사를 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한 멋쟁이 도로입니다. 도로 계획을 한 분은 분명 자연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이 크게 돼야 나라가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김영택 한국펜화연구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