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 패션 - '제5원소'출연배우 전위적 의상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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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뉴욕의 패션디자이너 아이작 미즈하리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영화'언지프'를

보면 에스키모에게서 영감을

얻어 한창 디자인에 몰두하던 미즈하리가

한 잡지를 본 후 엄청나게 낙담하는 모습이 나온다.파리의 한 디자이너가 에스키모를 주제로 한 패션을 한발 앞서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 파리의 디자이너는 다름아닌 장 폴 고티에.그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코르셋을 겉옷으로 디자인한 마돈나의 도발적인 의상을 떠올리면 그의 작품세계를 대충 짐작할 수있을 것이다.

70년대에 혜성같이 파리패션계에 등장한 그는 남자에게 치마를 입히는 등

기성의 가치를 파괴하는 전위적인 감각으로 20여년간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프랑스감독 뤽 베송의 SF대작 '제5원소'(17일 개봉)는 지난 5월 칸영화제 개막초청작으로 상영됐을 때 할리우드 모방작이란 비판을 들었던 작품.하지만 디자인에서만큼은 프랑스적인 감각이 돋보인다는 평을 얻으면서 의상을 담당한 장 폴 고티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고티에는 2258년의 지구를 무대로 펼쳐지는 이 영화에서 그 특유의 감각을 총동원,지구를 구원할 신비로운 여인 리루(밀라 요요비치)에게는 도발적인 주황빛 머리와 아슬아슬하게 몸을 가린 붕대패션을 입혔다.

또 그녀를 보살펴주는 전직 연방특수부대요원 코벤 달라스(브루스 윌리스 분)에게는 리루의 머리빛과 똑같은 주황색 소매없는 티셔츠에 터프한 질감의 검은 작업복 스타일의 고무바지를 입히는 등 현란한 사이버패션들을 선보여 영화보다 더한 화제를 뿌리고있다.

고티에의 뛰어난 감각은“히틀러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악당 조르그(게리 올드만 분)의 헤어스타일과 패션에서 더욱 두드러진다.귀 위로 자른 불균형한 단발머리에 나치군복을 연상시키는 옷을 입혔고 쉴 새없이 떠드는 방송국 DJ 루비는 표범패션 등 여성패션 못지 않은 화려한 옷으로 치장했다.엑스트라를 포함한 조연급 배우들에게도 세련된 색감과 도발적인 디자인의 의상을 입혀 시각적인 효과를 높이고 있다.

고티에의 의상관은“여자는 물론 남자도 영웅은 정신적으로나 시각적으로 모두 섹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남 기자

<사진설명>

장 폴 고티에가 선보인 사이버패션.여성 리루에게는 플라스틱 띠갑옷을 입혔고 악당 조르그를 위해서는 히틀러식 복장을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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