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0개 단지 금연아파트 인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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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자율점검단 '명장'으로 활동중인 은천1단지 어린이들과 주민들. 길준미(뒷줄 왼쪽)씨는 "주민의 참여도가 높아 단지 안 공기가 쾌적해졌다"고 자랑했다.

(사진)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이훈희(42·사업)씨는 금연한지 4개월째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관악구 은천1단지)가 지난해 9월 시범금연아파트로 지정 된 것이 계기였다.

 “딸(유진·8)이 ‘금연아파트에서 담배를 피우면 되겠느냐’는데 대꾸할 말이 없더라고요. 늘 마음만 있던 금연을 이참에 제대로 실천해보자고 다짐했죠.”

 은천1단지는 3개월 여의 시범 운영을 거쳐 지난해 12월 26일 서울시로부터 금연아파트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 총 83개 아파트 단지가 신청, 이곳을 포함해 40개 단지가 인증을 받았다. 금연아파트로 지정되면 주민이 합의한 공동생활 구역에서는 흡연할 수 없다. 시는 이들 아파트에 현판 제공 및 이동금연클리닉·건강검진 등의 혜택을 준다.

 “어린 자녀를 둔 세대의 참여율이 높아 과반수 찬성(63%)을 얻어 신청했어요. 하지만 180세대 중 18세대는 반대했죠. ‘놀이터와 지하주차장은 물론 계단과 복도까지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면 집안에서만 담배를 피우라는 얘기냐’며 반발하는 주민도 있었어요.”(길준미·40·前부녀회장)

 금연아파트 추진에 앞장선 부녀회는 별도의 흡연구역 2곳을 설치하는 것으로 반대 주민을 설득했다. 논란이 된 실내 베란다는 금연구역에서 제외했다. 어린이들로 구성된 자율점검단의 활동도 금연 분위기 확산에 일조했다.

 금연아파트 시행에 따른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일단 단지 안의 담배꽁초가 눈에 띄게 줄었다. “몇 개월 전만 해도 꽁초를 줍는 게 주요 일과 중 하나였다”는 신현희(51)관리소장은 “일손을 덜었다”며 반겼다.

 복도와 계단에 자욱했던 담배 연기도 거의 사라졌다. 당초 금연아파트 추진에 반대했다는 강태항(59)씨는 “흡연을 하고 있지만 요즘 복도에서 담배 연기와 냄새가 나지 않으니까 쾌적하고 좋더라”며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울 때면 위·아래층 이웃에게 미안해 금연할까 생각중”이라고 했다.

 인근 고등학교에서 원정(?) 나온 청소년들의 금연을 유도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그냥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것보다 금연아파트라는 명분을 내세워 타이르니 훨씬 설득력이 있더라는 것. 그러나 전적으로 주민의 자율에 맡겨지다보니 분위기를 이어가는데 어려움이 적잖다.

 보건소의 이동금연클리닉이 낮에 운영되다보니 흡연자인 남성 상당수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도 아쉬움이다.

금연패치를 구하려면 보건소에 찾아가야 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라는 곽은희(42)씨는 “무조건 담배를 끊으라고 다그치는 분위기보다는 금연보조제를 제공하는 등의 적극적인 유인책이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금연아파트라는 게 알려지면서 주민의 자긍심이 높아졌어요. 이웃의 금연을 당부하는 주민의 글이 엘리베이터 안에 붙은 적도 있어요. 찬성 댓글을 단 주민들이 많았죠. 모처럼 조성된 금연 분위기가 잘 이어질 수 있도록 캠페인과 지원책을 고민중이에요.”(이화자·68·부녀회장)

 서울시 건강증진담당관 신차수 주임은 “사생활 공간인 아파트 단지 안에서의 금연운동이 성공하려면 주민들의 자율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시는 앞으로 시민 건강증진을 위해 금연아파트를 확대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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