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방송도 M&A 바람 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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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방송·통신이 융합되는 대세에서 살아남기 위해 케이블방송업계도 통신업계에 이어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국내 최대 종합케이블방송사업자(MSO)인 태광그룹 티브로드가 업계 6위인 큐릭스를 최근 전격 인수했다. 이로써 티브로드가 소유한 케이블방송사(SO) 수는 15개에서 22개로 늘게 됐다. 가입자 수도 298만 가구에서 353만 가구로 껑충 뛰었다. 케이블방송사들은 이를 업계의 인수합병(M&A)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의 김진경 부장은 “KT·SK텔레콤 같은 대형 통신사업자가 IPTV를 앞세워 유선방송시장에 뛰어들었다. 케이블방송업계도 이에 맞설 만한 대형 사업자가 등장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덩치 키우기가 급선무=케이블방송은 전국 1500만 가입자를 자랑하지만 개별 사업체 규모는 작은 편이다. 그래서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저돌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성진 서울산업대(매체공학) 교수는 “방통 융합 시장 트렌드는 첨단 서비스를 묶어 파는 ‘결합상품’이다. MSO들은 상대적 규모가 작아 마케팅이나 연구개발(R&D)에 충분한 자금을 쏟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방통위가 지난해 말 케이블방송사 간 소유 겸영 규제를 완화하는 방송법 시행령을 공포한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종전에는 MSO 한 곳이 전국 77개 케이블방송 권역의 5분의 1(15개)까지만 소유할 수 있었다. 이를 3분의 1(25개)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완화한 것.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는 이 규제완화를 처음 활용한 사례다.

이번 인수의 최대 목적은 무엇보다 규모로써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덕선 티브로드 대표는 “IPTV와 경쟁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티브로드와 큐릭스의 2007년 매출을 합치면 5656억원이다. KT 같은 거대 통신사업자의 외형에 비할 바 못 되지만 CJ헬로비전(3858억원)·씨앤앰(3827억원) 등 경쟁사보다 훌쩍 커졌다.

◆ M&A 바람 불까=이번 인수는 MSO 업계의 향후 경영전략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수년간 케이블방송업계는 가입자 규모가 엇비슷한 티브로드(298만 가구)·씨앤앰(266만 가구)·CJ헬로비전(320만 가구)의 3강 체제였다. 그러나 이번 거래로 티브로드가 두드러진 1위로 치고 올라오면서 경쟁사들이 M&A에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공산이 커졌다. 씨앤앰은 최대주주가 호주계 사모펀드 맥쿼리인 만큼 인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씨앤앰의 새 주인으로는 통신업체를 포함해 몇몇 대기업 이름이 거론된다.

반면 CJ헬로비전은 모회사인 CJ그룹이 미디어산업 쪽에 열의가 큰 만큼, 매물로 회자되는 중소 MSO나 SO 인수에 나설지 모른다. 전국에 11개 SO를 거느린 현대백화점 계열 HCN도 최근 홈쇼핑 사업과 더불어 미디어 사업 확대에 부쩍 힘을 쏟는다. 그러나 경기위축이 혹심하고 SO 기업가치의 거품이 여전하다는 인식이 있어 M&A 시장이 금세 달궈질지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도 적잖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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