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설>시대 못따르는 '늑장특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요즘같은 격심한 기술경쟁시대에서 특허출원의 심사처리기간이 갈수록 늦어지는 현상은 시대를 거꾸로 가도 한참 거꾸로 가는 일이다.중앙일보 6월30일자 보도에 따르면 특허출원에 대한 평균 심사기간은 94년의 35.5개월에서 95년에는 36.4개월로,96년에는 37개월로 늦어지고 있다.이런'늑장특허'로는 19~26개월 사이에서 결정나는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 잡기가 힘들다.아직 기술경쟁력 열세국의 범주에 드는 우리로선 획기적인 특허행정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시간을 다투고 투자의 효율을 따지는 기술경쟁에서 특허를 기다리다 중도 포기하거나 선점(先占)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늘면 그나라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무너지는 것과 마찬가지다.최근엔 대기업은 물론,중소기업조차 연구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개발을 경제난타개의 승부처로 삼고 있다.

또 우리나라가 기술료 등 각종 로열티로 해외에 지급하는 돈은 연간 20억달러를 넘고 있다.자체 기술개발이 안 되면 해외기술에 의존해야 하고,그러다보면 기술자립은 점점 더 멀어진다.

국민의 창의력개발과 기업의 개발의욕을 뒷받침해야 할 특허행정이 뒷걸음질치는 것은 기본적으로 특허심사관부족이 제일 큰 원인이다.특허청은 올해의 심사관 숫자를 지난해에 비해 60%가량 늘렸는데도 출원물량폭주로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특허출원이 폭주하는 나라로선 한국도 세계적 반열에 드는만큼 보다 획기적인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특허의 질을 따지는 문제는 심사과정에서 자연히 판가름날 것이지만 심사자체가 늦어지는 바람에 참신한 아이디어가 수포로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그런 안일(安逸)은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