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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반환계기 위상굳히는 장쩌민 중국국가주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장쩌민(江澤民.사진)중국국가주석은 요즘 항상 웃는 얼굴이다.애써 즐거운 표정을 감출 생각도 안한다.그런가하면 대중앞에서 구사하는 말투는 한결 단호해지고 자신만만해졌다.단정적인 표현이 훨씬 늘었다.그만큼 자신이 붙고 이제는 대리인이 아닌 주인의 자리를 확실하게 확보했다는 말도 된다.

사실 요즘 江주석의 행보와 태도를 지켜보면 그가 덩샤오핑(鄧小平)사후 처음으로 鄧의 위치에 버금가는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우선 그에 대한 전세계 언론의 보도태도가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과거 江주석 관련 주제를 다룰 때마다 거의 빠짐없이 鄧의 코멘트와 주변세력의 평가를 곁들였던 언론들이 이제는 江의 발언을'최종안'으로 간주,크게 다루고 있는 것이다.늘 鄧이라는'불빛'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었던'그림자'에 머물러온 江주석으로서는 감격스러운 대접이 아닐 수 없다.

江주석이 이처럼 부상한 데는 홍콩반환이 기폭제가 됐음은 물론이다.

우선 전 세계가 생중계를 통해 지켜보는 홍콩반환 행사에서 중국을 대표하는'실세 최고지도자'임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1일 베이징(北京) 쿵런(工人)체육관에서 거행될 축하행사에서 江주석이 쓴'歡慶香港回歸'(홍콩귀속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라는 대형 붓글씨가 스타디움 정중앙에 내걸린 점,마오쩌둥(毛澤東).덩샤오핑의 육성에 이어 江주석이 제창한 구호가 8만관중의 열렬한 환호속에 울려퍼지게 한 점등도 江주석의 위상을 鄧과 같은 반열로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사실 이 모든 과정이 江주석의 확고해진 위상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된'소품'이라는 분석도 나돌 정도다. 鄧사망이후 계속돼온 江주석 위상강화 작업이 홍콩반환을 계기로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1국2체제”의 구상으로 홍콩반환을 성사시킨 주역은 鄧이다.그러나 홍콩의 번영을 유지하면서도 사회주의 중국을 홍콩의 영향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야할'모순된 과업'을 끌고나갈 주역은 江주석이라는 논리가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논리를 띄우기 위해 마련된 것이 1개월전부터 중국에서 전국적으로 전개된 江주석연설문 학습,홍콩반환 좌담회등이다.여기서의 논의의 중심내용은“江주석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하자”는 것이다.

江주석은 최근 들어'홍콩반환 행사'라면 만사 제쳐놓고 참석하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베이징 인민대회당내 홍콩청(香港廳)입구에 걸린'香港廳'이라는 간판도 직접 쓸 정도다.분초를 다툴 정도로 바쁜 그의 일정을 감안하면 극히 이례적인 열의다.그만큼 江주석이 홍콩이 갖는 '국내정치적 비중'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홍콩반환식 참가문제를 둘러싼 일화도 江주석의'홍콩 집착'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당초 국무원이 제출한 안은 홍콩특별행정구가 국무원 산하의 한 지방정부인만큼 총리가 참가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것.그러나 江주석이 굳이 직접 참석하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부득이 江주석과 리펑(李鵬)총리 모두 참가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江주석이 홍콩에 집착하는 것은 홍콩 반환을 계기로 자신의 위상을 사실상'도전 불가능한 위치'로 정착시킨뒤 이를 올 가을 열릴 15차 당대회까지 끌고 가겠다는 계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鄧의 거대한 날개그늘에서 벗어나 스스로 우뚝 설 필요성을 절감해온 江주석으로서는 홍콩반환을 위상굳히기의 다시 없는 호재로 파악했음직 하다.江은 홍콩에서 얻은 힘을 15차 당대회에까지 몰아붙여 李총리등 경쟁자들의 도전을 일거에 제압할 기대에 부풀어 있는지도 모른다. 베이징=문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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