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수학선생님 '매스 로직' 올초 개발 LEP정보 이철상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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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내가 잠시 나갔다 올 동안 1부터 100까지의 숫자를 차례로 더해 봐.계산 안하고 장난치는 녀석은 그냥 안둔다.” 하지만 엄포가 무슨 소용 있나.교실로 돌아온 선생님에게 한 학생이 걸렸다.계산은 안하고 왜 떠느니,왜.종아리 걷어. 그러자 아이는 당당히 말했다.답은 5,050입니다.아니,언제 다 더했어? 1에다 100을 더하면 101,2에다 99를 더해도 같은 값이죠.이런 더하기를 50번 하는 것이니까 101에다 50을 곱해서 답을 냈죠. 아르키메데스와 뉴턴에 버금간다는 독일 수학자 프리드리히 가우스(1777~1855)의 어린 시절 일화다.

벤처기업인 LEP정보의 이철상(35)대표는 학생시절부터 가우스에 반해“두뇌는 수학을 창조하고 수학은 두뇌의 창조력을 높여준다”고 믿어왔다.수학을 두고'과학의 여왕'이라고 한다.그렇다면 과학기술의 시대에 수학은 곧 국가 경쟁력이지 않은가. 하지만 현실은 암울했다.물리적으로 교사가 학생들을 일일이 챙겨 줄수 없는 교육현장에서'내 사랑 수학'은 과외 선생들의 수입이나 올려주고 학생.학부모의 원망 대상이나 될 뿐이었다.

대학원시절 은사인 서울대 대학원 전자공학과 정영기교수가 늘 하던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신입생들 수학실력이 갈수록 떨어지니 나라가 걱정이야.” 그래서 전자공학 박사를 꿈꾸던 이 대학원생은 수학의 명예를 회복시켜 줄 컴퓨터 수학 선생님을 개발하는 데 젊음을 바치기로 결심했다.10년전이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92년 군(軍)제대 후 4개의 벤처기업에 차례로 참여해 경영 수업을 했다.1년반 동안 수학 과외교사를 하면서 수학을 배우는 학생들의 입장도 살폈다.“과외열풍이 계속된다면 큰일 난다.” 수학을 사랑하던 청년은 사업가가 되기 전에 먼저 교육개혁의 열렬한 지지자가 돼있었다.

LEP정보를 차린 건 95년초.2년간의 개발작업과 학생 1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효과검증 과정을 거쳐 올해초 프로그램이 완성됐다.'사이버 매스'라는 학교용 학습 운용 프로그램과'매스 로직'이라는 자습용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각 학생이 문제를 푼 결과를 모두 기억하면서 개인의 능력을 파악한다.이를 바탕으로 개개인의 약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완할 문제를 3만개의 데이터에서 뽑아 제시한다.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학생들은 암기 능력이 아닌 수학적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SKC 및 ㈜교연과 공급 계약을 맺은 다음 이대표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눈을 집안으로 돌렸다.선천성 심장병으로 고생하다 급우들의 모금으로 간신히 수술비를 마련했던 딸 이섭양의 초롱초롱한 눈매.“초등학교 3학년인 걔가 중고생이 될 쯤에는 이 프로그램이 공교육에도 정착돼 9조6천억원이나 된다는 사교육비의 거품이 사라지기를 기대해봅니다.수술비도 대주지 못하면서 사이버 참수학 교육이라는 이상만 추구하고 살아온 못난 아빠가 딸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죠.” 채인택 기자

<사진설명>

두뇌의 논리력.창의력을 높이는 수학 본연의 모습을 되살리고 싶어 사이버 수학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투신했다는 이철상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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