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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잊고 있는 삼풍백화점 교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오늘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2년째가 되는 날이다.마치 고속압축성장시대의 부실관행에 대한 심판이기라도 한듯 철저하게 무너져 내린 건물더미에 깔려 신음하던 희생자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5백2명이나 되는 사망자와 9백명이 넘는 부상자를 낸 건국 이후 최대의 부실참사를 당해 당시 우리 사회에는 부실시공과 안전불감증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일어나는듯 했다.치욕적인 인재(人災)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공사현장은 어떤 모습인가.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다.하루 봄비에 신축아파트 축대가 무너져 소중한 인명이 피해를 보고,터널 공사장이 느닷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아무런 기술도 없이 시작한 고속철도 사업은 지반이 허약한 폐갱 위에 건설한다고 설계를 하더니,아니나 다를까 안전진단 결과 점검대상의 70%가 재시공이나 보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또 시민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관련학계와의 마찰 속에 당산철교를 철거하는 서울시가 건설한 서강대교는 개통된지 반년도 안 돼 이상이 생겨 긴급점검을 한다고 난리다.

입으로는 안전불감증을 추방하겠다고 외쳤어도 불안요인은 여전하다.서울시민의 65%나 되는 사람이 지하철을 타거나 교량.고가도로.지하밀집상가 등을 지날 때 불안감을 느낀다고 대답한 경실련의 조사 결과가 그것을 잘 보여준다.말뿐인 안전시공이 아니라 이제는 철저한 실천노력을 보여야 한다.

그러려면 제도를 더 보완하고,특히'대충대충 빨리빨리'에 젖어 있는 공사관계자들의 체질이 바뀌어야 한다.설계와 시공.감리중 감리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될 수 있다면 안전성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성수대교 사고 이후 외국인 감리가 실시된 가양대교 등 몇몇 현장의 공사가 상당히 지연되고 있는 의미를 새겨봐야 한다.또 부실을 낳게 하는 시공자의 이익지상주의와 관계공무원의 부정부패 등 부실구조를 걷어내지 않으면 제2의 삼풍사고를 방지할 수 없다.다시 한번 점검하고 실천하는 노력을 보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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