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선희비디오파일>꼬마 스파이 해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방학을 앞둔 부모의 가장 큰 바람은 학교 수업의 짐에서 잠시 벗어난 자녀들에게 자연을 벗하게 하는 일과 보다 자유롭고 창조적인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일일 것이다.

애니메이션 영화제나 가족영화제등이 방학 기간에 열릴 예정이어서 영화를 이해할 수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창작과 감상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 있기를 싫어하는 활동적이고 호기심 많은 자녀를 둔 부모라면 책이나 비디오,컴퓨터 게임이 별무 소용일테고,이런 아이들을 위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꼬마 스파이 해리'(CIC)다.

초등학교 6학년인 12세소녀 해리(미셸 트라치텐버그)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망원경과 돋보기 등을 챙겨 마을 탐사에 나선다.

중국인 야채가게,고양이와 새를 기르는 할아버지,멋진 조형물을 만드는 예술가,음산한 저택의 마녀같은 아줌마를 관찰하며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낱낱이 기록한다.

파티로 바쁜 부모 대신 동화책을 읽어주고 온갖 상담을 해주는 친구같은 유모(로지 오도넬)가“네 소설을 처음 사는 독자가 될거야.사물을 그냥 보는 것과 자세히 보는 것은 다르단다.일을 사랑하는 사람은 삶도 사랑하지”라고 격려해준 덕분에 생긴 취미다.

친한 친구들에 대한 촌평까지 솔직히 쓴 이 노트 때문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해리의 세밀한 관찰과 독창적인 글솜씨는 학급 신문기자가 되면서 진가를 발휘한다.

그레타 가르보가 주연한'마타하리'를 보면서“좋은 스파이는 멋지게 뛰어들어 싸워야해”라며 꿈을 키우는 천진한 소녀. 어린 시절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텐데 부모가 되면 어느 한가지에 몰두하는 자녀의 취향을 건전한 방향으로 키워주기보다 학교 공부나 잘하라고 야단치곤한다.

원작자 루이스 피처와 감독 브론웬 휴스는 그런 어른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