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원밴드 애환 그린 영화 '브래스드 오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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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80년대에 영국을 이끈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 총리는 원자력발전소를 늘리면서 경제성이 떨어진 탄광들을 잇따라 폐쇄하는 정책을 펼쳐갔다.이에 맞서 광산노조는 84년 전국적인 파업을 일으켜 저항했지만 결국 패배했다.

7월5일 호암아트홀에서 개봉되는 영화'브래스드 오프'의 무대는 탄광 폐쇄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굳어진 92년 암울한 기운이 감도는 영국 북부의 가상탄광촌 그림리.이곳 노조는 폐광에 찬성하고 보상금을 챙길 것이냐,아니면 반대하고 경제성 조사라는 모험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투표를 앞두고 있다.영화는 이런 절박한 상황에 처한 광부들의 고달픈 처지와 애환을 이곳 광부들로 구성된 그림리 브라스 밴드를 통해 감동적으로 전달한다.밴드원들은 대량실업을 눈앞에 두고 밴드에 대한 열정을 잃지만 밴드 리더 대니(피트 포슬스웨이트)의 애정은 각별하다.특히 곧 있을 전국 대회 준결승전에서 우승하면 꿈의 무대인 런던 앨버트홀의 결선대회에 참가할 수 있기 때문.와해 직전에 있던 밴드는 어느날 고향에 돌아온 아름다운 글로리아의 가세로 다시 뭉쳐 결승 진출권을 따내지만 투표가 패배로 판결된 날,폐를 앓던 대니가 쓰러지면서 와해된다.

84년 파업에 참가한 후 빚더미에 오른 대니의 아들 필(스티븐 톰킨슨)은 자살을 시도하고,글로리아와 사랑에 빠진 앤디(이완 맥그리거)는 글로리아가 경영진측 고용자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그들 사이에 틈이 생긴다.

광부들의 파업에 함께 참여했던 마크 허먼 감독은 탄광 폐쇄로 연주활동을 중지한 밴드의 기사를 읽고 각본을 쓰게 됐다.하층민들의 애환 속에 감동을 배치한 전형적인 드라마 구조,브라스 밴드의 음악이 옛날 영화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며 여전히 눈물샘을 자극한다.지난해 하반기 영국 흥행 1위를 기록했고 올해 선댄스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사진설명>

광원밴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브래스드 오프'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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