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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밑에 김근태·정동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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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열린우리당의 이해찬 의원이 총리후보로 지명되면서 정동영(사진 (右)) 전 의장과 김근태(사진 (左))의원(전 원내대표)의 입각 여부 등 이달 말로 예상되는 개각 내용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직 당 지도부였던 정 전 의장과 김 의원이 '이 총리' 밑에서 장관으로 일하는 모양새 때문이다. 국회의 선수(選數)로는 이 총리지명자가 5선, 정 전 의장이 재선(17대 전국구 포기), 김 의원이 3선으로 별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나이는 김 전 원내대표가 57세, 이 지명자가 52세, 정 전 의장이 51세의 순이다. 이 의원의 총리 지명이 발표됐던 8일 밤만 해도 김 의원의 주변에서는 " 의외다. 운동권 내부 서열도 김 의원이 앞서고 나이도 다섯살이나 많은데…"라는 반응이 나왔다.

미국을 방문 중인 정 전 의장의 측근들은 함구했다. 9일 오전이 되면서 분위기는 '순항'쪽으로 바뀌었다.

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통합형 대통령과 개혁 총리 구도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왔고, 대통령도 그렇게 방향을 잡은 것 같다"며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후배인데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유교적 전통에 따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국정운영을 책임질 사람들이 그런 걸 가지고 얘기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측근은 "김 의원의 입각과 총리 문제는 별개"라고 했다.

정 전 의장도 이날 이 총리지명자에게 전화를 걸어 "동창(서울대 문리대)이고 친구인 이 의원이 지명돼 정말 기쁘다"라며 "훌륭한 총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1996년 총선에서 정 전 의장의 정계 입문을 주선했던 사람이 바로 이 총리지명자였다. 한 측근은 "정 전 의장이 입각하면 훌륭한 콤비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총리지명자가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군이 아닌 마당에 굳이 '속좁은 사람'의 부정적 이미지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행정자치부 장관을 희망하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이미 "손해를 볼 때도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었다.

문희상 의원도 이날 "대권 수업을 하는 마당에 그런 문제로 입각을 거부하면 바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당초 예고됐던 통일.보건복지.문화관광 장관의 3개 부처 외에 개각의 폭이 조금 늘어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총리지명자가 함께 일할 각료를 희망할 경우다.

그러나 이 총리지명자 측은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개각에 대한 노 대통령의 진전된 언급은 없다"며 "현재로선 그대로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르면 11일 총리 임명동의안을 국회로 보내고 국회는 동의안을 받은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 등 심사 절차를 마쳐야 한다.

최훈.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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