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도>55. 시대따라 변한 국내의 언더그라운드 (2)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국내대중음악에서'언더'의 개념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음반시장이 성인주도로 단일화돼 있던 60년대까지는 주류와 대항음악의 구별이 없었다.60년대말부터 70년대에 걸쳐 포크송을 중심으로 청년문화가 꽃피면서 처음으로 대항가요의 가능성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이중 서정성과 저항성을 고루 갖춘 김민기를 비롯한 철학적이고 도전적인 가사를 선보인 일부 포크가수들이 70년대 유신치하에서 금지곡 또는 대마초 단속이란 양날검을 맞고 탄압받는 언더가수의 이미지를 안게 됐다.이 무렵 대중가요계에서 언더란 말은 곧 운동권으로 연결돼 저항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말 그대로 지하로 스며든'언더'는 트로트와 발라드가 휩쓸던 80년대 중반 시나위.들국화.부활등 장발의 록그룹들이 돌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처음으로 정치 대신 음악.상업적 맥락에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83년 결성된 시나위는 80년대중반'크게 라디오를 켜고'로,들국화는 85년'행진''그것만이 내 세상'등의 빅히트로 언더의 상업적 가능성을 처음 보여줬다.이들은 방송 대신 콘서트와 음반만 갖고도 음악활동이 가능하다는 점과 언더에서 오버(제도권)로의 진입가능성을 보여준 점에서 의의가 있다.이들 뒤로 김현식,봄 여름 가을 겨울등 파워와 서정성을 갖춘 록발라드 뮤지션들이 언더와 오버를 오가며 명맥을 이었다.

90년대 중반들어 이들과는 전혀 다른 언더가 등장하는데 주로 신촌대학가를 중심으로 펑크를 연주하는 10대및 대학생 밴드들이 그들이다.

경제성장과 신세대문화를 바탕으로 등장한 이들은 펑크.록의 저항정신을 승계하면서도 일부 밴드는 후기산업사회의 개인적.소비적 정서를 대변하는데 그친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를 한꺼번에 받고 있다.독집음반까지 나오고있는 현재는 지금까지의 화제.호기심 차원을 넘어 깊이 있는 음악적.사회적 분석이 이뤄져야한다는 지적이 높다. 강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