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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레이니선' 18일 콘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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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운 이를 위한 음악을 하는 밴드 레이니선. 왼쪽부터 정차식(보컬).크리스 바가(드럼).정윤택(베이스).김태진(기타).

상심하거나 슬픔에 빠질 때 손쉽게 도피하는 길은 밝은 음악으로 기분을 전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슬픔을 피하지 않고 응시하면서 그렇게 쌓인 감정을 터뜨려야 할 때가 있다. 슬픔을 극대화할 때 찾아오는 카타르시스. 밴드 레이니선(rainysun)의 음악은 묻어둔 내면의 감정을 직시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2집 우먼(woman)을 듣다 보면 온몸을 타고 선율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정차식의 중성적인 보컬은 음역의 한계를 모르는 듯 높게, 또 낮게 운다. 지극히 절제된 기타.베이스.드럼이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거칠고 강한 자극보다 미세하고 약한 자극이 때론 더 자극적이지 않은가. 그들의 음악도 섬세하게 감성의 깊은 곳을 건드린다.

장르를 명확히 구분짓기는 어렵다. 음악을 만든 레이니선도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저 '외로운 사람을 위한 음악'을 만들고 싶었단다. 블루스.트립합.재즈 등이 뒤섞인 그들만의 음악이다.

6번 트랙 'SAD'쯤 가면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슬퍼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CD 재생이 끝나고 찾아오는 정적. 그러나 선율의 울림은 한참 동안 몸을 감싼다.

혹시 우먼을 들어보고 느낌이 통했다면 이전 앨범도 한번 들어보길 권한다. 멤버 구성이 좀 바뀌었지만 앨범마다 색깔이 독특하고 완성도가 높다.

1집은 메탈이 그저 시끄럽기만 한 음악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2집이 세상 물을 좀 먹은 뒤 감정을 절제해가며 흐느끼는 성숙한 어른이라면 1집은 젊은 혈기로 가득차 울부짖는 청년 같다. 완벽을 추구하는 레이니선이 "흡족하지 않아 유감"이라며 '유감'이라 이름붙인 1.5집에서는 정차식의 원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어로도 노래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돋보인다.

레이니선이 18일 오후 10시30분 정동극장(02-751-1500)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이번 공연에서 2집 우먼 수록곡과 라이브 공연용으로 새로 만든 곡을 선보인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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