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신암마을, 도시개발에 맞서 6년째 버티기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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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대규모 택지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광주시서구풍암동 신암마을 이장 김계중(金桂仲.45)씨는“아파트촌이 밀려오더라도 인정 넘치는 자연마을로 가꾸겠다”고 말했다.

신암마을은 도시개발에 맞서 6년째 버티기를 계속하고 있다.신암마을이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 고시된 것은 91년4월.도로를 사이에 두고 20여 가구가 토지공사에 수용됐으나 나머지 60가구는 토지 편입에서 제외됐다.주민 투표를 통해 토지 수용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토지공사와 투자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1만7천가구의 아파트와 1만4천가구 단독주택 63만여평 가운데 신암마을 2만여평이 빠지면 단지내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아파트 단지내'섬마을'이 된 이 마을 주민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고통을 치르고 있다.마을 앞뒤로 밤낮 없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다 전.답등 토지 보상을 노린 크고 작은 사건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주민들이 다시 한마음으로 뭉치게 된 것은 최근 마을 당산나무를 둘러싸고 토지공사측이 이전을 추진하고부터. 수령 2백50여년의 양버들 나무가 아파트 부지에 위치해 토지공사측이 인근 어린이 공원 자리로 이전하기 위해 나무를 파낸 것.주민들은 토지공사측에 당산나무를 살리겠다는 각서를 요구하는 한편 마을 재개발을 논의,도심 빈민가 전락을 막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광주서구청 관계자는“5백여년전 김녕 金씨들이 터를 잡아 이룬 마을로 지난해에는 전체 3백11명 가운데 99세 노인이 2명이나 돼 장수마을로 지정됐다”며“아파트촌이 들어서고 나면 신암마을이 도심 빈민가로 전락할 우려가 높은 만큼 주민들이 뭉쳐 새 마을로 거듭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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