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상태에 빠진 부실.부도기업 처리 3者인수.公賣 모두 제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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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숙제중 하나인 부실기업 정리는 최근 들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한보나 우성.건영등 개별 기업들의 처리문제는 물론 대형부도를 막고 일시적인 자금난에 빠진 기업들을 구제한다는 명목으로 도입한 부도방지협약도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당사자들끼리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데다 확실한 교통정리 기능 부재로 시간만 끌고 있는 상태다.

재정경제원도 관치금융 비판을 우려해 한 발짝 뒤로 물러선 상태고,관련은행들은 '뒤탈'우려가 있는 결정은 극력 회피하고 있는 분위기다.

◇우성건설 인수=지난해 1월 부도 이후 법정관리 상태에서 한일그룹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나 채권금융기관과 한일그룹이 제시한 인수조건이 서로 맞지 않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지난 4월25일 채권금융기관들과 금융조건등에 합의했지만 최근 한일그룹측이 추가로 인수조건을 제시한 것이다.그러나 제일은행은“법정관리를 계속해달라”는등의 한일그룹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인수작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우성건설은 지난해 1월 부도 이후 금융기관 담보로 제공되지 않은 부산학정동과 서울 봉천.신정.답십리 재개발 사업만 분양했을 뿐 신규사업은 손을 못대고 있다.또 부도가 나면 입찰자격 사전심사(PQ)에서 감점이 되고 담보도 제공할 수 없어 관공사 수주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협력업체들은 부도 이후에 발행된 어음이나 공사대금은 받고 있지만 부도 이전에 발행한 채무는 현재 채권신고(7월말 완료)가 진행중인 관계로 아직까지 받지 못하고 있다.

◇건영도 난항=지난해 8월이후 법정관리중인 건영은 주거래은행인 서울은행이 여섯번째 공매까지 입찰자가 없어 무산되자 자산을 분할매각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건영은 지난해 8월 이후 아파트 분양사업을 단 한 건도 하지 못하고 있다.다음달중 택지사용시기가 끝나는 수원 영통 건영아파트를 분양해야 하나 주택공제조합이 보증해준 1천억원의 대출보증금을 갚지 못해 분양이 어려운 상태. 또 아파트 공사 부진으로 입주시기가 늦어지면서 입주자들에게 5백억원에 달하는 지체상금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진로.대농그룹=부도유예협약 적용대상이 됐지만 아직까지 자금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진로의 경우 지난 4월28일 채권금융기관 대표자 회의에서▶㈜진로 2백51억원▶진로종합유통 3백23억원▶진로건설 1백37억원▶진로인더스트리즈 50억원▶진로종합식품 43억원등 총 8백4억원을 지원받기로 했었다.그러나 현재까지 지원된 금액은 진로종합유통 3백23억원과 진로건설 1백37억원등 총 4백60억원. ㈜진로의 경우 아직까지 경영권 포기각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어 추가로 자금지원이 나가지 않고 있다.또 ㈜진로의 경우에는 지난 6월 초에야 기업회생 여부를 가리기 위한 실사에 착수해 부도유예기간이 끝나는 7월27일까지 실사결과가 제대로 나올지도 의문이다.

한편 대농의 경우는 자금지원이 일절 나가지 않은 상태에서 대농유화를 2백50억원에 매각한 것을 비롯해 코코스(8백억원).미도파개발(5백억원).대농창투(60억원)등 총 1천6백억원에 대한 자구를 실행한 상태다. 송상훈.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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