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자폐증 걸린 어린아이들 주로 환경적 문제가 원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네살된 아들을 둔 李모(32.여.회사원.부산시동래구사직동)씨는 최근 한 병원의 소아정신과를 찾았다.'아들의 행동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누구와도 눈을 잘 맞추려하지 않고,부모가 곁에서 떨어져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부모가 안아줘도 별로 좋아하는 기색이 없고,낯선 사람이 안아줘도 뿌리치는 일이 없었다.더욱이 세살이 되도록 말을 하지 않고,하루종일 혼자서도 잘 놀고 부모를 찾는 일이 없었다.

병원 진단은 애착장애를 보이는 유사자폐증. 애착장애는 특정 사물에 대해 이상집착을 보이거나 같은 행동만을 고집하고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려 하지 않는 일종의 정신장애 현상. 유사자폐증이란 뇌의 이상과 같은 물리적 원인에 의해 주로 나타나는 자폐증과 달리 환경적 문제가 그 원인. 부산봉생병원 소아정신과 김상엽(金相燁)박사는“맞벌이부부 가정이 늘면서 집에 홀로 남겨진 어린이들 역시 늘고 있는 가운데 하루 3~4명이 유사자폐증 진단을 받고 있다”며“부모들은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을 위해 세심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金박사는“특히 유사자폐증은 모르고 오랫동안 방치할 경우 심각한 장애를 불러올 수도 있으나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다 대부분의 부모들이'아직 어려서 그럴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해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부산가정복지연구소(소장 이대근)는 이에따라 가정에서도 부모들이 손쉽게 아이들의 행동을 진단할 수 있는'가정에서 할 수 있는 자폐아 체크리스트'를 무료배부하고 있다. <표 참조> 자폐아의 가장 뚜렷한 현상은 대인관계 형성이 더디고 언어발달이 늦는 것. 전문가들은“빨리 발견만 하면 가정에서도 교육을 통해 쉽게 고칠 수 있는 만큼 평소 아이들의 행동을 관심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가정교육 방법으로는 우선 부모들이 언어 자극을 충분히 주는 것이 필수.동요나 동화테이프를 자주 틀어 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증세가 심하면 물론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부산=원낙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