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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카야 인테리어엔 이야기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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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인 마에다 유주루(前田讓·63)는 서울 시내 이자카야(일본식 대중음식점 겸 선술집) 여러 곳의 인테리어를 맡은 인물이다. 그의 인테리어 철학은 일본 문화의 향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통상 가게 입구에는 일본 전통 술통들을 쌓아둔다. 그 곁에 일본 전통의 달마 오뚝이 인형을 놓는다. 일본 종이를 몇 겹씩 붙여 만드는 ‘하리코(종이 세공)’ 작품이다. 몸통에는 액을 쫓는다는 의미로 빨간색을 칠한다. 눈 부분은 그리지 않고 공백으로 둔다. 몇 번을 쓰러져도 다시 일어난다는 대형 오뚝이를 가게에 두고 의지를 다지는 일본 풍속이 음식점 장식물을 통해 전 세계에 전파되는 현장이다.

카운터에는 행운과 번창을 비는 마네키네코(행운을 부른다는 고양이 장식물)가 자리 잡고 있다. 앞발로 사람을 부르는 모습을 한 고양이 장식물이다. 오른손을 들고 있는 고양이는 금전운을 부르고, 왼손을 들고 있는 고양이는 사람이나 손님을 부른다고 해서 일본의 접객업소 대부분은 이를 두고 있다.

벽에는 가부키 배우나 씨름선수, 또는 도시 풍경, 후지산 등을 그린 우키요에 판화가 붙는다. 일본 전통 연희인 가부키나 노의 공연 포스터를 벽에 걸기도 한다. 일본 국기인 스모의 대진표도 장식으로 쓴다. 일본의 가나와 한자를 조합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서예작품도 빠지지 않는다. 방바닥에는 다다미를 깔고, 사무라이의 모습이나 기모노 차림 여성의 모습을 비롯한 전통 인형을 여기저기 배치한다.

식기로 일본 도자기가 사용되고, 국그릇으로 일본 목기가 사용된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일본식 다도와 꽃꽂이 등 소프트웨어가 더해지면 영락없이 일본 현지에 온 듯한 느낌이다. 일본의 음식과 문화를 함께 선보인다. 현대 일본인이 사는 모습을 한국의 이자카야에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특별취재팀: 팀장=채인택 피플·위크앤 에디터, 홍콩·뉴욕·도쿄·파리=최형규·남정호·김동호·박소영·전진배 특파원

유지상·권혁주·이도은 ·이영희·전수진·송지혜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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