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주전 6명 중 3명이 세터 … 삼성화재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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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실제 그렇다. 주전 세터 최태웅(33)뿐 아니라 센터 신선호(31)와 리베로 여오현(31)도 정교한 토스로 제2세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랠리 때 삼성화재가 완벽에 가까운 2단 연결로 득점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26일 선두 현대캐피탈(15승3패)을 꺾고 2게임 차로 다가선 삼성화재(13승5패)의 신치용 감독은 최근 상승세의 비결로 이들의 2단 연결을 꼽았다. 신 감독은 “신선호와 여오현의 매끄러운 2단 연결로 세트마다 2~3점은 이득을 본다. 겨울리그 9연패와 77연승의 신화도 신진식·김세진이 아닌 여오현·신선호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세트 플레이가 아닌 랠리 상황에서 리베로가 세터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배구팬에겐 익숙하다. “최근 월드리그를 수년째 제패한 브라질의 파워는 강스파이크가 아닌 제2, 제3의 세터가 만들어낸 정교한 토스워크 덕분”이라고 김건태 국제심판은 말한다.

국가대표 리베로 여오현도 마찬가지다. 신 감독은 “여오현의 2단 토스는 국내 리베로 중 최고”라고 단언했다. 이런 면에서 센터 신선호는 다소 의외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이력을 보면 수긍이 간다.

구로 남초등학교 4학년 때 배구공을 잡은 신선호는 성균관대 시절까지 줄곧 세터로 뛰었다. 그것도 이름을 날린 장신(1m95㎝) 세터로. 하지만 1998년 삼성화재에 입단하면서 센터로 포지션을 바꿨다. 장신 세터의 이점을 갖고 있었으나 삼성화재엔 고교-대학 무대를 평정한 명 세터 최태웅이 갓 입단한 시기였다. “백업 세터로 남기보다 센터로 활용하는 게 더 낫겠다”는 신 감독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그 때문에 랠리 상황에서 신선호에겐 여오현보다 앞서 토스 우선권이 주어진다. 신 감독은 “경기 중 우리 팀 토스 순번은 최태웅-신선호-여오현 순으로 정해져 있다. 신선호는 최태웅이 국가대표 차출 때 세터를 보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세터 출신이라 신선호의 2단 연결은 최태웅이 한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신 감독은 “이상적인 2단 연결은 네트 앞 1m 정도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신선호의 토스는 1m를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공격수 안젤코도 “신선호의 2단 연결은 최태웅의 것과 차이를 못 느낀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른 팀의 2단 연결이 네트에 가깝게 붙거나 멀리 떨어져 공격수들이 스파이크를 때리는 데 애를 먹는 것과는 크게 다르다.

배구 용어 가운데 ‘브레이크 포인트’란 게 있다. 서브를 넣는 팀이 득점하는 것을 말한다. 27일 현재 서브와 블로킹 득점을 제외한 삼성화재의 브레이크 포인트는 세트당 3.2개로 남자 6개 구단 중 최다를 기록 중이다. 2위는 2.8개의 현대캐피탈. 신선호·여오현의 힘이다.

  정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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