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늦잠이 월요병 주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아침에 유난히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싫고 출근길이 힘들다.입맛이 없음은 물론 오전내내 나른하고 피곤하며 사소한 일에도 짜증나고 우울하다'. 만일 이러한 증상이 유독 월요일 아침에 심하게 나타난다면 월요병일 가능성이 높다.월요병은 생체리듬의 파괴에서 비롯되는 엄연한 질병 증후군.일하기 싫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꾀병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마음의 병이 아니다.

'월요병=예방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란 증거는 많다.

최근 세계적인 의학잡지 서큘레이션은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 현상이 월요일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메릴랜드의대팀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비해 두배나 높게 부정맥이 나타났다는 것. 기관지 천식이나 간질등 평소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도 월요일을 조심해야 한다.노스웨스턴의대팀의 연구결과 발작을 일으켜 응급실을 찾는 빈도가 월요일이 31%로 가장 높았다.

의사들도 월요일이 괴롭긴 마찬가지다.시카고의대팀은 지난해 국제마취과학회지에 월요일 수술받은 환자가 평일 수술환자보다 각막손상등 수술후 마취과 의사들의 부주의로 발생한 부작용이 2.7배나 높았다고 발표했다.

월요병은 직장을 그만 둔 사람에게도 나타난다.켄터키의대팀이 은퇴노인 6백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1%의 노인이 흉통.심장박동이상.무력감등 월요병 증상에 시달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월요병을 극복하기 위한 최상의 방법은 일요일 아침 늦잠을 자지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생체리듬 유지엔 아침 기상시간을 일정하게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대부분의 월요병이 일요일 아침 늦잠에서 생긴 생체리듬 파괴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는 것. 느슨해지기 쉬운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기 위해 자명종에 의지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확실한 기상을 위해선 자명종을 끈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미리 계획을 세우고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가령 자명종을 끈뒤 커튼을 열고 TV를 켠뒤 맨손체조를 하겠다는 식의 연속동작이라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빨리 의식이 들어오게 하기 위해선 청각보다 시각 자극이 중요하므로 일어난 뒤 조명을 밝게 해주는 것도 좋다.

수면전문가인 미국 보스턴여성병원의 다이앤 보이빈박사는“월요병 극복을 위해 커튼을 열어젖히고 아침 햇볕을 만끽해보라”고 충고한다.

1주일 계획중 즐겁고 유쾌한 일은 가급적 월요일로 잡는 행동과학적 요령도 권장된다.미국인들의 월요병을 치료하는데 기여한 것이 ABC방송사의 먼데이나잇 풋볼 프로그램이라는 분석은 그 한 예.미국인들은 미식축구에 열광적이기 때문이다.

천편일률적으로 월요일 오전에 몰려있는 현행 관공서나 기업체의 주례회의 일정도 월요병 치유는 물론 생산성 향상 차원에서 바꿔야 한다.

연세대의대 정신과 고경봉교수는“월요일 오전회의는 의학적으론 물론 경제학적으로도 난센스”라며“월요병은 개인차원을 벗어나 제도나 관행개선등 사회적 대처가 필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