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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첨가물 없는 ‘DIY 두유·두부’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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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자루에 콩물을 붓고 짜면 두유가 된다(左). 두유에 간수를 넣어 굳히면 두부가 된다(右). [중앙포토]

콩은 원래 맛이 달지 않다. 너무 익으면 메주 뜬 맛, 생콩은 비린 맛이 난다. 콩에 함유된 파이토에스트로겐(식물성 에스트로겐)인 이소플라본의 맛은 쓴 편이다. 설탕도 약간 들어 있지만 그 양은 극히 적다. 그런데 시판 중인 대부분의 두유는 맛이 달다.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설탕 등 감미료를 넣어 제조하기 때문이다. 시판 두유의 설탕 등 정백당의 함량은 100mL당 1g 이하(‘대단한 콩’)∼5.3g(‘베지밀 B’)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어린이용으로 만든 제품은 대개 설탕 함량이 높다. 두유에 설탕을 넣으면 맛은 달콤해지나 열량이 높아지고 충치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두유엔 설탕(천연 감미료) 외에도 각종 식품첨가물이 들어간다. 고소한 향을 주는 착향료, 물과 기름을 섞이게 하는 유화제 등이 업체에서 두유 제조 때 흔히 사용하는 식품첨가물이다. 두부 생산업소의 제조 과정에선 거품을 없애주는 소포제, 두유를 굳히는 응고제가 들어간다. 이들은 제각각 법적 허용기준이 있으며, 두유제조업체가 이 기준을 지키는 한 건강에 장애가 된다고 볼 수 없다.

◆DIY 열풍=지난해 중국산 멜라민 분유 파동의 여파로 수입이나 가공식품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지면서 가정에서 식품을 직접 만들어 먹는 ‘DIY (Do It Yourself)’ 바람이 불고 있다.

어린이가 좋아하는 간식거리인 빵·과자·떡·고구마 등이 DIY의 주요 대상이다. 웰빙식품으로 알려진 두유·두부·요구르트 등도 DIY로 만든다. 많은 주부가 이런 웰빙식품에도 설탕 등 감미료와 각종 인공첨가물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꺼림칙하게 여겨서다.

가정에서 DIY 두유·두부를 만들려면 두유·두부 제조기를 구입하는 것이 편리하다.

중앙대 식품영양학과 이숙영 교수는 “노란콩과 물을 제조기에 넣고 30분가량 기다리면 DIY 두유나 두부를 만들 수 있다”며 “두유 요구르트나 두유 아이스크림을 가정에서 제조하려면 효소 처리된 두유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두유는 현재 시판되지 않아 DIY화하기가 힘들다”고 조언했다.

DIY 자체가 귀찮은 사람은 설탕·식품첨가물 등을 넣지 않고 전통방식으로 제조한 두유·두부 제품을 구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정에서 두유·두부 만들기=인터넷 등에서 판매되는 두유·두부 제조기의 가격은 보통 20만원대다. 이런 제조기 없이도 DIY 두유·두부 제조는 가능하다.

우리 선조가 콩물을 얻은 방식대로 콩 씻기→물에 하룻밤 담가 놓아 콩 불리기→믹서기로 콩 갈기(과거엔 맷돌로 했다)를 거치면 두유가 완성된다.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는 “고소하고 맛있는 DIY 두유를 만들려면 각자의 취향에 따라 아몬드, 호두, 땅콩, 깨, 생강, 잣, 소량의 소금을 넣는 것이 요령”이라며 “단맛을 내기 위해선 설탕 등 단순당보다는 올리고당을 넣은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올리고당은 체내에서 식이섬유와 비슷한 역할을 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돼 준다는 것.

두유에 간수(응고제)를 넣어 굳히면 두부다. 두유를 냄비에 넣고 끓이는 도중 거품이 너무 많이 생기면 가정에선 소포제 대신 식용유를 넣으면 된다.

◆두유의 웰빙 효과=두유는 한국·중국·일본 등에서 콩국으로 마셔왔다. 요즘 서구에서도 큰 인기다. 두유는 주원료인 콩의 단백질 함량(국내산 노란콩 100g당 36.2g)엔 크게 못미치지만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다(100mL당 4.4g).

콩 단백질은 질적인 측면(아미노산 조성)에선 우유보다 떨어진다. 하지만 양은 우유(100mL당 3.2g)보다 많다.

경북대 생명식품공학과 김정상 교수는 “콩 단백질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동맥경화·심장병 등 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낮춰준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콩 단백질에 혈관 보호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제품에 표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말했다.

우유엔 동물성 지방·콜레스테롤이 들어 있다. 반면 두유엔 콜레스테롤이 전혀 없고 지방도 식물성 지방이다. 두유가 혈관 건강에 유익한 식품으로 간주되는 것은 이래서다.

우유엔 일절 없는 두유의 웰빙 성분은 이소플라본이다. 이 성분은 체내에서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과 비슷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두유는 에스트로겐 분비가 거의 끊기는 폐경 여성에게 추천 음료다. 안면홍조, 골다공증, 우울감, 기억력 감퇴 등 갱년기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

인제대 식품생명과학부 김정인 교수는 “가정에서 만든 DIY 두유의 칼슘 함량은 100mL당 17㎎으로 우유(105㎎)보다 훨씬 적다”며 “이와 달리 시판 두유는 대부분 칼슘을 첨가해 우유의 칼슘 함량과 거의 비슷하게 맞춘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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