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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건강이 위험하다’ ① 위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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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은 조기 발견하면 90% 이상 완치할 수 있으므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사를 받도록 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박종재 교수가 위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 제공]

‘생존율 90%와 10%’. 당신은 어떤 것을 선택하고 싶은가. 당연히 전자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후자의 질곡에서 허우적거리며 후회한다. 하늘과 땅만큼의 생존율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고려대의료원과 중앙일보가 공동 기획한 ‘중년의 건강이 위험하다’ 첫번째 주제는 조기진단과 발견의 중요성을 알리는 ‘위암’으로 정했다.

◆증상 없어 병 키운다=위암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초기단계에 증상이 별로 없다. 소화불량이나 속쓰림·식욕부진·가슴앓이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단순 위염이나 위궤양에서도 유발될 수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박종재 교수는 “가벼운 위염이겠거니 하다 병을 키운다”며 “특히 10%에 가까운 환자들은 아무런 증상없이 건강검진에서 위암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위암 발견 시점은 생존율에 극명한 차이를 가져온다. 점막에만 암세포가 침범한 0∼1기의 경우엔 90% 이상에서 완치되지만 진행성으로 4기에 이르면 10~15% 생존율에 머문다.

문제는 내시경 검사가 고통스럽다고 생각해 조기진단을 미루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엔 수면내시경·캡슐 내시경 등 간편한 방법들이 속속 선을 보인다. 게다가 내시경 검사를 하며 조직을 채취해 암세포를 확인할 수 있어 조기 진단의 의미가 높아졌다.

위암으로 확진하면 적절한 치료 전략을 세우기 위해 복부CT(컴퓨터단층촬영), 복부초음파 검사가 실시되고, 암의 전이여부를 확인하는 PET-CT(양전자방출단층촬영), 암의 위벽 침윤 정도를 검사하는 내시경 초음파가 실시된다.

◆초기 위암은 수술도 간단=위암은 ‘조기 위암’과 ‘진행성 위암’으로 나뉜다. 전자는 암이 위의 점막층 또는 점막 아래층까지만 파고 들어간 경우다. 이에 반해 진행성 위암은 점막 아래층을 지나 근육층을 뚫고 들어간다. 암이 림프절을 따라 위 주변 장기로 퍼져나가거나 혈관을 따라 간·폐·뼈까지 전이가 돼 생존율을 낮추는 것이다.

위암을 초기에 발견하면 수술도 간편해진다. 배를 열지 않고 복강경 수술이나 내시경 점막하박리술로 제거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상부위장관외과 목영재 교수는 “암이 있는 부분만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림프절에 전이된 암을 얼마나 깨끗하게 제거하는지가 수술의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다년간의 경험과 노하우가 성공적인 위암 수술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내시경 점막하박리술은 내시경으로 세밀한 부분까지 눈으로 직접 확인해 암조직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내시경센터는 연평균 200여 명의 위암 환자에게 이 시술을 하고 있다.

박종재 교수는 ‘2007년 한·일 공동 내시경적 점막하박리술 라이브’에 대한민국 대표로 선정돼 양국 의료진에 수술 시연을 했다.

◆진행성일 땐 방사선과 화학요법 고려=암덩어리가 근육을 파고 들면 암의 전이를 차단하기 위해 암 주변을 광범위하게 절제하고, 남아있는 종양을 파괴하는 방사선요법을 시행한다. 최대 선량을 조사하기 때문에 홍반·탈모·수포같은 피부 급성장애나 반흔· 궤양은 물론 구토·식욕감퇴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양대식 교수는 “부작용이 있어도 방사선 치료로 종양을 파괴해 얻는 이익이 더 많기 때문에 의료진과 상의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말기에 가까워지면 전신 치료를 위해 항암화학요법도 필요하다. 수술로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 또 방사선 치료와 마찬가지로 근치절제술 이후에 남아있는 암세포를 치료하거나 재발 위험을 줄일 목적으로 사용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종양내과 오상철 교수는 “통증을 줄이고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항암요법을 사용하기도 한다”며 “환자 삶의 질을 높이고, 여생을 편하게 보내기 위한 중요한 치료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신약이나 표적치료제를 이용한 임상시험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항암화학요법의 효과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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