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해 보이는 국악 구수하게 풀어 인가 - MBC출연 김준호씨 단숨에 스타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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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요즘 방송사들은 재미있는 강사 찾기에 혈안이다.황수관박사가 올해초'신바람 건강법'에서 특유의 코믹강의로 일으킨 바람 때문이다.

여기에 김용옥.정덕희 교수도 가세하며 바람을 태풍으로 바꿔놓았다.

때문에 아침방송등의 PD와 작가들은 기업체 연수담당자를 만나거나 대학을 누비며 명강사 수소문에 여념이 없다.

11일에는 새 사람이 하나 발굴돼 MBC'10시 임성훈입니다'(월~금 오전10시)를 통해 선보였다.민속학자 김준호(34)씨. 이날 방송은 그가 7월2일까지 네차례 매주 수요일 이끌어갈 국악강연'우리 소리를 우습게 보지 말라'의 첫회였다.시청자들이 외면하는 국악 이야기지만 그의 강의는 시청자를 빼앗기지 않았다.평소와 같은 35%선의 채널 점유율을 유지했다는게 MBC측의 주장이다.

희한하게도 그의 강의에는 황박사같은 재담이나 김교수식의 걸쭉한 표현이 없다.그럼에도 시청자들이 빠져드는 이유가 뭘까. 그는'국악'보다'민속악'을 이야기한다.이것저것 설명하며 예로 드는 것들이 어린시절 할머니들께 듣던 자장가등이다.“친숙한 것이 재미있다”는게 김씨의 지론이다.

설명방법도 흥미를 자아낸다.11일에는 우리 소리를 익히면 얼마나 높은 음을 낼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모차르트 오페라'마술피리'중'밤의 여왕'흉내를 냈다.영화'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가 장모의 잔소리를 듣고 영감을 얻어 만든 노래다.

그 높고 간드러진'아아아아…'소리를 한복을 입은 점잖은 풍채의 남자가 부르는 것이다.

그의 재미는 생방송 도중 수많은 기업.단체로부터 MBC에 쏟아진 강연 요청이 증명한다.그 전화들은 또 하나를 묻는다.“어디에서 뭐 하시던 분인가요.” 그는 경남사천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고학으로 보낸 고교와 대학(부산대 국문과)시절 스스로 선생을 찾아가 소리를 배웠다.“왜 배웠느냐면…,그냥 팔자인가봐요.” 대학 이후는 아는 사람들 소개로 곳곳에서 소리 강연을 해주며 겨우 끼니를 때울 사례를 받아 살아갔다.그는 당시를“거지나 다름없었다”고 표현한다.

88년초 부인 손심심(34)씨를 만나며 그의 인생이 바뀌었다.11일 방송에서 한쪽 옆에 앉아 장구를 치며 강의를 거들던 사람이 부인이다.

당시 여러 단체에서 무용을 강연하던 손씨는 부산의 한 극단에서 김씨를 만났다.그곳에서 김씨가 단원들에게 소리를 강연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재능을 알아챘다.

그때부터'온달'을 장수로 만들기 위한'평강공주'의 작전이 시작됐다.음식도 대접하고 바라던 전국일주 여행도 시켜줬다.그러면서 살살 꾀어 부산교원연수원등에서 우리소리 강연을 시켰다.

처음 김씨는 강연을 꺼렸지만 가는 곳마다 청중들이 신명을 일으키자 그 자신도 강사로서의 생활에 빠져들게 됐다.이후 명강의 소문이 퍼지며 기업.대학등으로 무대를 꾸준히 넓혀가던 그는 95년 부산 KBS를 통해 처음으로 방송에 출연했다.그뒤 영남 지역에서는 활발히 강연활동을 벌였다.그러나 방송을 통해 중앙무대(?)에 진출한 것은'10시…'가 처음.진주 MBC의 소개로 전국 방송에 등장하게 됐다.

“국악이라면 누구나 등을 돌리지요.앞으로 우리의 활동을 통해 우리 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한적한 시골에 조그만 공연및 강의 공간을 짓고 살고 싶습니다.” 권혁주 기자

<사진설명>

MBC'10시 임성훈입니다'에서 독특한 국악강의를 선보이고 있는 김준호.손심심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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