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정책.2금융권 支準 - 막판에 뒤바뀐 금융개혁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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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번 정부의 중앙은행및 금융감독체계 개편안 가운데 재정경제원 주장이 받아들여져 막판에 바뀐 내용이 몇가지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특히 이 과정에서 외환정책등 한국은행의 핵심업무가 떨어져 나갔다.

당초 금융개혁위원회안은 외환정책 가운데 외화 여.수신및 외환관리등을 한은이 맡도록 했다.지난 12일 강경식(姜慶植)부총리,이경식(李經植)한은총재,박성용(朴晟容)금융개혁위원장,김인호(金仁浩)경제수석등 4인 모임에서도 이에 대해 별다른 얘기를 안해 금개위안대로 굳어지는듯 했다.

재경원은 그러나 외환정책이 국가의 고유 행정기능이며 환율.산업정책등과 직접 연결되므로 한은에 줄 수 없다고 강력히 반대,재경원이 관장하되 한은은 필요할 때 재경원과 협의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제2금융권에 대한 지준부과 업무 또한 한은으로 갔다가 재경원의 반대로 막판에 삭제된 경우.은행과 달리 제2금융권은 신용창조 기능이 없는데다 은행에 대해서도 지준을 폐지해가는 마당에 제2금융권에 지준을 부과해서는 안된다는 재경원의 논리가 먹혀들었다.재경원은 특히 이 두가지 부분을 관철시키기 위해 청와대 비서실의 인맥을 최대한 활용해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통화위원회의장 임명문제도 마찬가지.당초 금개위안에는 국무총리 제청,대통령 임명으로 돼있었으나 재경원은 국무총리 대신 재경원장관이 제청할 것을 주장했다.姜부총리는 금통위의장(한은총재)과 물가관리목표 계약을 맺고 목표를 못지킬 경우 해임건의를 하는 당사자가 재경원장관인 만큼 임명 제청권도 재경원장관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러나 李총재는 명색이 중앙은행 독립을 내세우면서 한은 총재가 재경원장관의 제청을 받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반발했고 朴위원장도 이에 동조,4자회동에서 명확한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대통령 재가과정에서'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충안으로 결정됐는데 한은은 설사 국무회의가 한은총재 제청건을 심의한다 해도 사실상 재경원장관의 의견이 먹혀들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李총재가 속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4자협상 과정에서 재경원이 '협상용'으로 구사한 카드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재경원은 금개위안이 금통위 위원중 당연직 위원 두명을 의장(한은총재)과 부총재두명으로 내자 재경원차관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결국 姜부총리와 李총재는 서로 한발씩 양보,한은 부총재와 재경원차관을 모두 당연직 금통위원에서 빼는 것으로 절충했다.금융감독위원회를 재경원산하에 둬야 한다는 재경원의 주장도 李총재나 朴위원장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협상카드였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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