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최종일 돌풍에 날린 90홀 최저타 밥호프 클래식선 ‘장갑 벗어봐야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돌풍에 휩쓸려 가버린 33언더파 …’.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 PGA 웨스트 골프장 파머 코스(파 72, 6950야드)에서 펼쳐진 PGA 투어 제50회 밥호프클래식(총상금 510만 달러) 최종 5라운드. 2003년 7월 타계한 미국의 전설적인 코미디언 밥 호프가 만든 이 대회는 PGA 투어 중 유일하게 5라운드 90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우승자를 가린다.

아니나 다를까. 1번 홀에 몰려든 수많은 갤러리들은 PGA 투어 90홀 신기록 경신을 목전에 두고 있는 스티브 스트리커(42·미국)가 챔피언 조로 마지막 티샷을 날리자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통산 4승의 스트리커에 주목했던 것은 PGA 투어 72홀 최다 언더파 신기록을 작성했기 때문. 4라운드까지 33언더파(255타)는 2003년 메르세데스 벤츠 챔피언십에서 어니 엘스(남아공)가 세운 31언더파의 투어 신기록을 2타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는 또 3, 4라운드 이틀 동안 61-62타(123타)를 치며 PGA 투어 연속 2라운드 신기록(종전 124타, 마크 캘커베키아 2001년 피닉스오픈 60-64타)까지 경신했다.

이 때문에 대회장에 몰려든 갤러리들은 조 듀란트(미국)가 2001년 세운 90홀 신기록(36언더파)의 기록이 깨질 것으로 믿고 있었다. 스트리커가 6번 홀(파 5)에서 첫 버디를 뽑아내며 34언더파를 기록하자 대회장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의기양양하게 들어선 7번 홀(파 4, 439야드). 그러나 그의 티샷은 오른쪽에 자리 잡은 워터해저드로 떨어지고 말았다. 결국 트리플 보기로 한꺼번에 3타를 잃었다. 7번 홀의 별명(Brutal·무자비)처럼 잔인했다.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몬스터’의 10번 홀(파 4, 453야드)에서 또다시 ‘지옥’으로 떨어졌다. 티샷한 볼이 이번에는 OB(아웃 오브 바운드) 지역을 벗어났다. 잠정구를 치고 플레이를 계속했지만 쿼드러플 보기를 기록했다. 두 개 홀에서 무려 7타를 까먹었다.

지난 수년간 밥호프 클래식의 돌발 변수 역할을 해왔던 바람의 희생양이 되고 만 것이다. 그는 “바람의 방향을 종잡을 수 없었다. 어떤 클럽을 잡아야 할지 애먹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28언더파로 공동 3위였고 우승컵은 마지막 홀에서 이글을 낚아내며 33언더파를 기록한 팻 페레스(미국)에게 돌아갔다.

최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