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곤충표본 해외유출 심각 - 70~80년대 동구권학자들이 대량 채집.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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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북한 곤충표본의 해외반출이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북대 권용정(權容正.농생물학과)교수는 지난 12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개최된'생물다양성 보전과 분류학 발전을 위한 동아시아 국제대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북한내의 곤충표본은 20여만점에 불과한 반면 폴란드에는 25만점의 북한 곤충표본이 보관돼 있다”고 공개했다.

權교수는“70~80년대 동구권의 학자들이 북한에서 곤충들을 조사한뒤 표본을 가져갔다”며“폴란드 외에도 헝가리.불가리아의 연구소.박물관등에 보관된 것까지 합치면 북한내 곤충표본의 몇배가 넘는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 학자는 92년 북한이 채집을 금지할 때까지 북한내에서도 묘향산등 보존이 가장 잘된 지역만 골라 채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북한곤충 표본 1개에 수십달러씩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權교수는“남한에서는 관찰되지 않고 북한에서만 관찰되는 곤충이 훨씬 많기 때문에 한반도 곤충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곤충연구가 필수적”이라며“이 때문에 국내 전문가.학자들은 동구권 국가의 연구소등을 찾아 연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남한의 사정도 북한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1백50만여점의 곤충표본이 국내 50여 대학.연구기관등에 보관돼 있으나 외국으로 반출된 한국곤충 표본은 2백50만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자연사 박물관 하나 갖춰지지 않은 우리 상황에서 외국에 표본 반환을 요구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보관.관리.전시할 곳을 마련한 다음에야 반환을 위한 협상이라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학계에서는 지금까지 5백4개과(科)에 속하는 총 1만1천8백53종(種)의 곤충이 보고됐다. 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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