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발언대>산업디자인 적극 투자 불황극복 돌파구 찾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납골당 디자인이 올해 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람회에 출품돼 눈길을 끌었다.장례용품을 생산 판매하는 한 중소기업이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KIDP)으로부터 포장 디자인을 지도받아 성공한 사례는 있었지만 막상 디자인전람회에 묘지를 대상으로 한 디자인물이 출품되니 솔직히 꺼림칙한 기분과 함께 묘한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심사위원들은 한결같이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묘지문제를 해결하는데 디자이너가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해 큰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디자인의 영역이 아닌 곳이 없다.작은 바늘에서부터 첨단과학이 동원되는 우주선에 이르기까지 디자이너들은 거의 모든 분야에 관심을 쏟고 있다.

현대 기업경영에서 산업디자인은 가장 중요한 기업의 생존전략이며 디자이너의 역량은 곧 기업 성패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디자이너는 일반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미래지향적인 상품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때로 경영자로부터 꿈을 꾸는 사람이라는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얼마 안 있어 디자이너의 꿈이 시장에서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요즘 시중에는 불황의 끝이 과연 어디인가 하고 낙담하는 사람들이 많다.하지만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심각하다.지난해 반도체를 비롯한 10대 품목이 전체 수출액에서 43%를 넘었으며 특히 반도체는 단일품목으로 11%나 차지했다.최근 무역적자의 원인도 하늘같이 믿었던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일어난 일 아니던가.불과 몇개의 품목만으로 승부를 내려 하지 말고 품목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독일이나 이탈리아처럼 신발이나 섬유등 경공업 분야라 할지라도 끊임없이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한다면 우리도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품목이 아직 많다.

선진국과의 경쟁은 곧 디자인경쟁이다.따라서 현실적이고 올바른 디자인전략이 요구된다.대기업은 대기업대로 나라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역이라는 자세로 장기적인 제품기획을 해야 한다.중소기업은 자본이나 기술의 상대적 열세를 탓하지 말고 산업디자인으로 승부해야 한다.오랜 시일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기술개발보다 오히려 산업디자인 개발을 통해 유망 중소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는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이제 정부나 기업,그리고 디자이너 모두 불황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30년대 미국의 대공황시대에는 오히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참신한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잠재된 상품구매욕을 자극하고 대규모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불황탈출의 신화를 일궈낸 기업들이 많다.극복하지 못할 불황은 없다는 사실을 산업디자인이 가르쳐준 것이다.뉴 디자인 정책 선언.정부나 기업이 더 이상 머뭇거리거나 기다릴 이유도,시간도 없다.

노장우 산업디자인진흥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