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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샛별] 드라마 ‘사랑해 울지마’ 이상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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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상윤(28)은 배우라는 이름의 과목에 몰두하는 모범생 같다. 드라마 ‘미우나 고우나’(2007)로 예습하고, 영화 ‘색즉시공2’(2007)과 드라마 ‘신의 저울’(2008)로 복습하며 차근차근 준비했다. 지금은 MBC 일일드라마 ‘사랑해 울지마’로 제대로 된 시험을 치르는 중이다.

◆시대의 ‘엄친아’=“타고난 연기자는 아니예요. 연기력도 자신감도 모두 모자라죠.” 고개를 숙이며 “부족하다”는 말을 연거푸 내뱉는 그. 알고보니 소문난 ‘엄친아’다. 잘 생긴 얼굴에 공부까지 잘 한다는, 우리네 ‘엄마 친구의 아드님’ 말이다. 하긴 ‘이상윤=엄친아’란 소견서에 서명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화사한 외모에 서울대 학생증(물리학 전공 2000학번)까지 갖췄다. 데뷔 때도 ‘서울대 남자 김태희’란 별칭으로 통했던 그다.

“서울대 타이틀이 도움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죠. 똑같은 조건이라면 한번 더 관심을 가지니까요.” 하지만 그는 “엄친아는 서울대 타이틀에 드라마상 배역이 더해져 만들어진 이미지일 뿐 실제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사랑해 울지마’에서 부자집 외동 아들인 ‘장현우’역을 맡고 있으니 또 한번 ‘훈남’ 캐릭터다. “신인 때야 이미지에 의존해 잘 풀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서울대’ ‘엄친아’ 이미지가 굳어지면 연기자로서 성장하긴 힘들 것 같아요. 풀어야 할 숙제죠.” ‘엄친아’ 콤플렉스를 깨기 위해 그는 “망가질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영화 ‘똥개’의 정우성 선배나 ‘놈놈놈’의 송강호 선배 역할도 좋을 것 같아요. 조폭 역할도 해보고 싶구요.”

◆물리학도와 배우 사이=공부 잘 하는 숫기 없는 모범생. 배우가 되기 전 이상윤은 그랬다. 물리학 교수를 꿈꾸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런 그가 공익 근무요원으로 복무하던 2004년 한 연예 기획사의 눈에 들었다. 하이트 맥주 CF가 그의 첫 작품이다. 물리학책 대신 대본을 집어든 이유가 궁금했다. “연기 학원에서 처음으로 모든 시선이 제 연기에만 쏠리는 경험을 했어요. 물리 문제를 풀었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쾌감이었죠.”

모법생답게 그는 연기를 공부에 비교했다. “연기만큼 어려운 공부도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 물리 실험을 하듯 대본을 분석하는 습관도 있다고 했다. “아직 소름돋는 연기를 할 자신은 없어요. 그래서 전체 극의 흐름을 철저히 분석하는 편이죠. 아직은 가슴보단 머리로 연기를 익히는 중이예요.”

그는 연기가 어렵게 여겨질 때마다 선배 배우 유지태를 떠올린다고 한다. “시대의 아이콘이면서도 끊임 없이 연기 실험을 펼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는 이유에서다. “더 자신감 있고 여유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쌍화점’ 같은 영화에도 당당히 출연할 날이 오지 않을까요.” 인터뷰 내내 그의 볼엔 움푹 패인 보조개가 또렷했다. 배우 이상윤의 가능성을 담고 있는 깊은 우물처럼. 

글=정강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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