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먹어야 무병장수 - 內韓한 '節食'연구가 미국 텍사스의대 유병팔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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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무병장수는 인류 공통의 염원. 몸에 좋다는 불로초를 찾아 헤매는 행렬은 21세기를 눈앞에 둔 첨단과학시대에도 여전하다.보약과 영양제등 건강보조식품 구입에 쏟아붓는 비용만 연 1조원에 이른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추산. 그렇다면 현대의학이 밝혀낸 무병장수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최근 강연차 내한한 미국 텍사스의대 유병팔(劉秉八.생리학.사진)교수는“절식(節食)이야말로 현재 학문적 증거를 갖춘 가장 좋은 무병장수책”이라며“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먼저 어떻게 하면 식사량을 줄일 수 있을지부터 고민해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劉교수는 절식이론의 주창자로 절식분야 연구로만 미국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매년 1백20만달러의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는 세계적 노화연구가. 여기서 절식이란 아무런 제지없이 입맛이 당겨 갖게 되는 하루 식사량의 70% 정도만 섭취하자는 것.쉽게 설명하면 현대인의 하루 세끼중 한끼의 양은 불필요한 식사란 의미다.

하지만“식사량 자체보다 식사속에 함유된 열량이 키포인트”라는게 劉교수의 주장.먹는 양은 많아도 칼로리가 낮으면 훌륭한 장수식이 된다는 뜻이다.

그가 제시한 절식이론의 증거는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 결과.식사량을 60%까지 줄인 결과 평균수명이 2배나 연장되는 것으로 밝혀졌다.간접적이긴 하지만 절식이론을 뒷받침하는 인체대상 연구도 있다.네덜란드에서 실시한 역학조사결과 식사량을 줄인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혈액검사상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것은 물론 인체대사상태를 가늠하는 혈당과 인슐린 수치도 안정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

절식이 건강에 좋은 이유는 세포손상을 초래해 노화와 암을 유발하는 유해산소라디칼의 발생을 억제하기 때문.이것 저것 필요량 이상 많이 먹게 되면 우리 몸에서 이들을 대사시키는 과정에서 유해산소라디칼이 과잉배출된다는 것이다.

절식으로 오래 사는 것은 좋지만 활동적이고 정력적인 삶을 방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사실무근이란 것이 그의 주장.“실제 열량을 30%가량 줄여도 신체활동은 물론 정신활동을 유지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현재 인류의 과잉 열량섭취는 생물학적 필요가 아닌 단지 습관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기서 성장기 청소년은 예외라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절식이 자칫 신체발육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성장이 완전히 멈추고 노화가 시작되는 30대 중반무렵이 절식을 시도해야할 적절한 시기인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劉교수는 무병장수를 위한 또다른 방법으로 유해산소라디칼의 세포손상작용을 차단할 수 있는 항(抗)산화물질을 꼽는다.대표적 항산화물질은 비타민 E.식품으론 마늘과 양파류가 권장된다.물론 따로 종합비타민제를 복용하는 것도 좋다.그러나 노인의 경우 가급적 철분이 배제된 형태가 바람직하다.철분은 자칫 유해산소라디칼의 작용을 항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멜라토닌 연구의 대가인 러셀 라이터박사와 멜라토닌 효능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중이기도 한 그는 “멜라토닌의 항산화작용이 비타민 E를 능가해 차세대 항노화제로까지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절식과 항산화제의 복용,여기에 적절한 운동까지 곁들인다면 인간의 생물학적 천수에 해당하는 1백25세까지 거뜬히 살 수 있다는 것이 그가 내린 최종 결론이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사진설명>

채소 위주의 식사를 즐기고 있는 한 가족.무병장수를 위해서는 하루 세끼중 한끼량 정도의 칼로리를 줄이라고 장수전문가 유병팔박사는 충고한다.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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