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외국인 고용허가제 시기상조 - 기업 입장 고려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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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산업기술연수생제도를 폐지하고 고용허가제로 가자는 배경의 하나로 외국인력에 대한 기본법이 없고 연수생이라는 편법으로 외국인력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적절치 않다.

연수생방식은 지금도 출입국관리와 관련된 법률등에 근거하고 있는 합법적인 외국인력 도입방식이다.또한 선진국들도 과거 그랬듯이 외국인력을 공식적으로 수입하는 정책이 없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몇단계 뛴 고용허가제부터 모험하듯이 하기보다는 징검다리를 하나씩 건너가듯 외국인력을 활용하는 초보단계의 한 방식일 뿐이다.따라서 외국인력에 대해선 독립된 특별법으로 갈 것이냐,아니면 당분간 더 기존 관련법 체계를 가지고 갈 것이냐가 문제라고 봐야 한다.

현 산업기술연수생제도도 들여올 외국인력 한도를 정하는 쿼터방식,일정기간이 지나면 돌려보내는 순환원칙과 사실상의 외국인력 고용허가를 받아 기업들이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왜 굳이 지금 당장 고용허가제로 바꾸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약하다.

세계화.개방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가 모두 민간의 자율과 경쟁을 존중하고,모든 제도나 정책이 기업.가계등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어가고 있는게 세계적 흐름이다.단순 비숙련외국인력을 활용하는 실수요자는 정부부처도,사회관련단체도 아닌 중소기업이다.수요자인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이 약화된다고 걱정하고 있는데도 수요자 입장을 도외시하고 공급자 입장에서 제도를 바꾸겠다니 무슨 소리인가. 불법체류자 문제도 그렇다.실제 불법체류자의 84%가 관광.친지방문을 빌미로 들어온 사람들이다.5차에 걸쳐 연수생으로 입국한 외국인의 이탈률은 처음엔 50%가량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6.2%에 불과할 정도로 산업기술연수생제도는 정착과정에 있다.

무한대에 가까운 저개발국들의 인력공급 요인이 있고 국내적으로는 외국인력을 무한대로 들여오게 할 수는 없다는,쿼터라는 도입인력의 상한이 불가피한한 고용허가제를 도입한다고 불법체류자 문제가 해소되겠는가.

지금은 그나마 외국인력을 활용하는 초기단계 제도로서 근로자 신분이 아닌

연수생 신분이기 때문에 임금수준의 차이를 대내외에 설득할 수도 있었으나

근로자 신분과 사실상의 노동3권을 보장해 주면서 임금차별을 설명하긴

어렵다.그런 의미에서 인건비등의 추가부담을 걱정하는 중소기업의 호소는

너무나 당연하다.

지금도 산업기술연수생의 수당등 실수령액은 국내근로자 평균임금 수준의

80%를 넘고 있는데 반해 생산성은 70%에 불과하다.이는

산업기술연수생제도가 단순히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한 제도라기보다

국내인력이 원치 않는 일자리와 중소제조 현장의 절대인력 부족을 보완하는

순기능을 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경제.기술.사회및 윤리의 세계등이 얽혀있는 외국인력 문제는 어디까지나

중심이 되는 경제세계의 논리를 존중하면서 다른 세계와의 조화를 찾아야

한다.또한 국내의 유휴노동력 활용과 통일에 대비한 북한의 수많은 비숙련

노동력의 활용까지도 생각해 본다면 더구나 외국인력 고용허가제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본다.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섣부른 도입은 특히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결과적으로 경제혼란마저 불러올 수 있음을 당국은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최동규 중소기업硏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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