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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코미디언 이창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맹구'이창훈(41)의 얼굴에는 주름이 많다.그는“표정 하나하나에 감정을 싣다보니 유난히 얼굴 근육을 많이 움직여 그런 것같다”고 말한다.

실제 TV 속의 그를 가만히 지켜보면 잠시도 얼굴을 그냥두지 않는다.연방 눈썹을 꿈틀대고 입을 실룩거린다.

“젊은 개그맨들 같이 톡톡 튀는 말재주가 제게는 없습니다.단지 코믹 연기로 승부할 뿐이지요.” 사실 그의 대사는 그저 평범하다.목욕탕 때밀이 달룡이가 말했던“난 자장면 싫어,짬뽕”이나 맹구가 책상에 뛰어올라가 손을 들며 외치는“저요,저요”는 전혀 독특한 대사가 아니다.비비꼬는 그의 몸짓과 묘하게 일그러진 표정 덕택으로 그 대사들은 한때 유행어까지 됐다.

이창훈의 주가를 올려주는 코믹 연기력은 연극생활 시절부터 싹텄다.75년부터 시작한 연극 생활의 초반은 그저 평범한 역할로 보냈다.

“80년대 초였습니다.'열쇠와 자물쇠'라는 연극에서 별볼일 없는 역을 맡았죠.두드러져 보이고 싶은 개인 욕심에 등장인물을 코믹하게 바꿔버렸습니다.” 그의 코믹 연기로 이 연극을 올린 세실극장은 창립 이래 가장 많은 관객들로 붐볐다.1개월 예정이던 연극은 한달 더 추가 공연까지 했다.

그뒤 연극판에'이창훈은 재미있다'는 평가가 번지며 '우리집 식구는 아무도 못말려'등에서 특유의 코믹 연기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그러다 참신한 코미디언을 찾던 KBS 김웅래PD에 의해 90년부터 TV에 등장하게 됐다.그간 KBS에서만 모습을 드러냈던 그는 최근 SBS'코미디 전망대'에도 나오기 시작했다.'아버지의 가훈'코너에서 보수적인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또 KBS'코미디 세상만사''경비중 이상무'에서는 털털한 성격의 경비원 역할이다.모두'맹구'라는 그의 별칭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사실 그동안 강의하는 점잖은 교수 역등도 많았지요.그런데 아무도 그건 기억해주지 않아요.'맹구'인상이 워낙 강했기 때문인가봐요.” 요즘은'맹구'같은 인물로 나오지 않아서인지“TV에 안보이는 것같다”는 말도 가끔 듣는다.그를 스타로 만들어준'맹구'가 끼친 폐해다.

연기에 모든 것을 거는 코미디언 이창훈.그는 이렇게 소원을 말한다.“이제 맹구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사진설명>

이창훈은 특유의 표정 연기가 장기다.

오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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