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볼만한 영화들 - 히치콕감독 '裏窓' 대표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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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관음 혹은 훔쳐보기는 영화에 내재한 속성이기도 하지만 영화 속의 등장인물이 관음증 환자인 경우도 많다.그중'서스펜스의 거장'앨프리드 히치콕의'이창'(원제 Rear Window.사진)은 대표적인 걸작으로 꼽힌다.

다리를 다쳐 자신의 방에서 한발짝도 나갈 수 없는 주인공남자(제임스 스튜어트)가 망원경과 망원카메라로 뒷집 아파트에 사는 이웃들을 훔쳐보다 살인사건을 목격하는 이야기를 다룬'이창'은 관음증 심리가 갖는 다양한 의미들을 함축하고 있다.

현재 비디오로 나와 있는 영화 가운데서 등장인물의 훔쳐보기가 사건 혹은 이야기의 발단을 이루는 수준작으로는 크리슈토프 키에슬롭스키 감독의'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프랑스 추리작가 조르주 심농의 원작을 파트리스 르콩트 감독이 연출한'살인혐의'(원제 Monsieur Hire),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두 얼굴의 제크'(Body Double)등이 있다.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은 건너편 여인을 훔쳐보면서 사랑을 키우지만 거절당하는 내성적인 청년이 주인공이고'살인혐의'역시 우연히 창밖을 통해 보게 된 젊은 여성에게 반한 중년남성이 살인사건에 간접적으로 연루된 여성을 보호하려 하지만 결국 배신당하는 이야기다.'두 얼굴의 젝크'역시 훔쳐보기의 음모에 휘말리는 남자가 등장한다.

히치콕을 비롯한 고전적인 할리우드영화의 관음성은 페미니즘 영화학자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돼왔다.

카메라가 늘 남성의 시선으로 여성의 모습을 에로틱한 대상으로 고정시켰으며 영화 속에서 훔쳐보는 인물이 여성일 때,또는 여성이 주체적인 시선을 획득해 세상에 맞섰을 때는 늘 그 대가를 치르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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