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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중국다시보기>하. 대기업들 중국 끌어안기 앞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미국 내에서 대중국 정책을 둘러싼 논의는 크게 두 흐름으로 나눌 수 있다.중국정부와 중국계 기업,미국내 일부 대기업등이 중심이 된 대중국 유화 입장과 중국의 인권등을 문제삼는 강경 대응론등이다.

중국은 최근 들어 중.장기적 계획 아래 정부 스스로가 대미 로비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중국정부는 올해초 주미 중국대사관에 옥스퍼드대에서 교육받은 세련된 외교관 샤오 원광을 중심으로 로비활동 요원을 배증했다.그리고 10여명의 미국 로비스트를 고용,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인,미국내에서의 대중 우호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중국 정부에 못지 않게 친중국 분위기를 유도해내는 또 하나의 축이 미 주요기업들.이들은 모두 중국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사의 팀 닐 대변인은 “향후 20년내 중국이 1천9백대의 항공기를 구입할 것이며,1천2백40억달러에 상당하는 구매경쟁에서 보잉사가 패배할 경우 세계 항공기시장에서 최고 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고 중국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지난달 앨 고어 부통령 방중때 보잉사와 중국기업간의 10억달러 항공기 계약 행사에 고어와 중국 고위관리들을 참석시킨 것도 보잉사의 작품이었다는 뒷얘기다.

관변에서 중국에 대한'방패역'에는 미국정부의 내로라하는 전직 장관들이 즐비하다.대표적 인사는 헨리 키신저.그는 70년대초 미.중 관계에 길을 트는데 있어 일등공신이었고 이후 줄곧 중국정부로부터 각별한 대접을 받아왔다.그는 요즘 강연,주요언론 기고,미정부 각료.의원들과의 만남을 통해 미.중 관계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깅그리치 하원의장과 같은 의회지도부의 마음을 돌리는 데도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대만에 기울었던 깅그리치 의장이 대중국 최혜국대우(MFN)지지로 돌아선 데도 키신저의 공이 컸다는 후문이다.

알렉산더 헤이그.사이러스 밴스.로렌스 이글버거.조지 슐츠등 전직 국무장관들도 공화.민주 구분 없이 대중국 진출을 원하는 미 기업들의 후원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딕 체니 전국방장관,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전안보보좌관,칼라 힐스 전무역대표등도'중국 세일즈'에 깊이 간여하고 있는 인물들이다.이들은 공통적으로 인권 문제와 대중국 교역을 연계시켜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미 주요업체들은 이같이 전직 관리들을 활용할 뿐아니라 자신들이 연합체를 만들어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총력 캠페인을 벌인다.보잉사뿐 아니라 제너럴모터스(GM),미보험업체인 AIG,에트나와 모토로라,TRW등 항공기.자동차.방산업체.농산품 가공업체들이 중국에 대한 MFN연장과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 세일즈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이들 가운데 6개 기업이 의기투합해 만든 미.중 교육재단은 올해에만 75만달러의 기금을 조성,대중국 교역의 중요성을 일반인들에게 교육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반면 종교.인권단체.노동조합.의회.언론계등 대중국 강경론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종교.사회단체로는 패밀리 리서치 카운슬과 가톨릭 콘퍼런스를 들 수 있다.또 미국의 최대 노동조합인 AFL-CIO도 MFN 연장에 반대하는등 대중국 강경 노선을 선도하고 있다. 저임금 생산품을 미국에 수출하고 저임금 활용을 위한 미국기업들의 중국 진출로 인해 미국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의회 안에도 여야를 막론하고 대중국 강경론 연대가 형성돼 있다.하원 흑인의원연합회 회장인 도널드 페인,리처드 게파트 민주당 원내총무,벤저민 길먼 하원 국제관계위원장과 빌 팩슨 하원공화당선거위원장등 하원 지도부 인사들이 이같은 분위기를 이끄는 주류다.상원에도 공화당인사 외에 에드워드 케네디,러스 파인골드,폴 웰스턴등 민주당내 진보인사들이 반중국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지난번 대선에 출마했던 보수주의자 패트 뷰캐넌은 최근 신문과 방송을 통해 대중국 MFN연장 반대를 역설하고 있다.워싱턴에서 발간되는 보수계 잡지 위클리 스탠더드와 내셔널 리뷰등도 최근 중국관련 특집호를 발간해 미.중 관계 논란에 합세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유명배우들 역시 중국 관련 정치논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현상이다.리처드 기어.샤론 스톤등이 반중국 캠페인 행사에 얼굴을 내미는 이유는 이들이 티베트에 대한 중국정부의 탄압에 반대하는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중국이 미국에 가장 부담스러운 존재가 될 것이라는 인식은 이미 미국 조야에 이견없이 자리잡은 상태다.이러한 분위기 아래서 중국이 장차 미국과 공생(共生)의 길을 걸을지 아니면 갈등의 길로 접어들 것인지 올해가 분기점이 되리라는 것이 미국내의 중론이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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