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고어 부통령. 게파트 원내총무 차기노린 주도권 다툼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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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오는 2000년에 있을 미 대선을 앞두고'집권당'인 민주당내에서의 주도권 다툼이 가열되고 있다.민주당의 차기 주자로 유력시되는 앨 고어 부통령과 이에 도전하는 리처드 게파트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간의 이른바'용(龍)의 전쟁'이다.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는 쪽은 도전자격인 게파트 총무다.그는 지난주 대(對)중국 무역 최혜국대우(MFN) 연장을 반대한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민주당 원내 사령탑이 민주당 행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나선 것이다.게파트 총무는 또 클린턴 행정부가 최대 치적(治績)으로 여기고 있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확대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게파트가 민주당 구파(Old Democrat) 대변자로서 민주당의 철학과 전통노선을 앞세우며 클린턴 행정부의 일탈을 공격하고 나서는 입장이라면 고어 부통령은 클린턴 행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수세적 입장의 구도다. 고어와 게파트의 대결은 지난주 뉴햄프셔주와 미시간주에서 있었던 집회에서 보다 노골화됐다.고어는 21세기를 맞이하는 미국의 '신경제(New Economy)'를 화두로 잡았다.반면 게파트는“고학력자와 부유층을 겨냥한 정보사회 구현을 앞세우는 고어의 노선은 민주당의 전통 터밭인 중.저소득층 노동자와 소수민족을 외면하는 처사”라며 고어'이념'을 노골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미국언론은 흔히 고어와 게파트를'귀족형'과'평민형'정치가로 대비시키고 있다.고어가 테네시주 상원의원 출신의 부친을 둔 워싱턴 권력층 주변의 인사라면 게파트는 중서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변호사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고어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부통령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인물.클린턴과 같은 세대면서 환경.교육.국방.정보사회등 나름대로의 정책을 갖고 있어 클린턴 대통령조차 고어의 아이디어를 빌려 인기회복에 활용하는등 실세 부통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굳히고 있다.반면 게파트는 94년 중간선거에서 하원 지배권을 공화당에 내주며 소수당 원내총무로 전락,절치부심 하원탈환을 벼르고 있는 상태다.그가 클린턴 대통령과 부딪치면서까지 미 유권자들에게 민주당 노선을 전파하는 전도사역을 자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클린턴 대통령의 경우 기회가 닿는대로 고어를 전면에 내세워 2000년 대선을 겨냥한 고어 부통령의 정치활동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게파트 의원도 지난 11월 선거이후 21개주를 순방하며 얼굴알리기에 나섰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사진설명>

고어 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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