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비정 越境 포격 - 긴급출동 我軍함정에 艦砲 3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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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도 應射…피해는 없어 남북 해군이 서해 북방한계선(NFL)근방에서 서로 수발의 함포를 쏘는 긴박한 사태가 발생했다.

국방부는 5일 서해 연평도 서쪽 13㎞ 해상에서 북한 경비정 1척이 이날 오후1시30분쯤 북방한계선을 넘어 3.7㎞가량 남하,긴급출동한 아군 고속정 3척을 향해 함포 3발을 위협사격했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아군 고속정도 북한경비정을 향해 함포 2발을 경고사격했다.

쌍방 함정은 한때 9백까지 근접했다.우리 해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공군에 지원을 긴급요청했고 오후2시19분 수원기지에서 발진한 F-4팬텀기 2대등 4대가 서해현장으로 출동하는 긴장 상황이 이어졌다.

북 경비정이 사격한 오후1시51분부터 되돌아간 오후2시40분까지 49분간 쌍방은 팽팽하게 대치했으나 양측 모두 피해는 없었다.

북한 경비정은 우리 해군 고속정 편대가 계속 접근을 시도하며 강력히 대응하자 뱃머리를 북쪽으로 돌렸다.북방한계선 침범으로부터 1시간10분만이다.

◇국방부 발표=국방부 관계자는“북한 경비정은 당시 연평도 북방에서 조업중이던 북한어선 9척을 감시하던 중이었으며,북한 어선이 북방한계선을 넘어 남하하자 북한 경비정도 뒤따라 침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긴급 출동한 우리 해군 고속정 편대 3척이 가까이 가자 북측에서 먼저 위협사격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북한 경비정이 해군 고속정의 뒤쪽 바다를 향해 사격한 점으로 보아 도발할 생각은 없었던 것같다”며“아군도 교전규칙에 따라 자위차원에서 북 경비정의 뒤쪽을 경고사격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북한 경비정의 침범과 선제 위협사격은 명백한 군사정전협정 위반으로 군사정전위를 통해 항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해에서 남북한 함정이 서로 사격한 것은 지난 95년 10월6일 북방한계선 부근에 있는 정체불명의 선박을 확인하기 위해 다가가던 우리 해군함정을 향해 북한측이 황해도 옹진군 마합도에 배치된 해안포에서 사격한 이후 처음이다.

◇군수뇌부=북한 경비정이 침투하자 국방부는 즉각 상황실에서 김동진(金東鎭)장관과 윤용남(尹龍男)합참의장 주재로 긴급 참모회의를 열고 휴전선 일대 주요 전선의 전쟁징후를 점검하는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수시로 보고받고 빈틈없는 대비태세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분석=이번 사건은 우리군의 판단처럼 북한의 고의적 도발이 아니더라도 해상을 중심으로 형성된 남북간 팽팽한 긴장관계를 대변해주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두가족 14명의 서해 탈북사태이후 서해안 경계를 강화했다.북 경비정은 지난달 29일에도 월경,1시간여 우리측과 대치하다 돌아갔다.

이같은 상황은 앞으로도 자주 발생할 것으로 당국은 관측하고 있다.특히 극심한 식량난등 위기에 처한 북한정권의 이판사판식 전쟁놀이까지 운위되는 상황이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군 당국이 우려하는 대목은 북한 주민들의 탈북사태가 증가하는데 따른 북한 해안경비군과의 국지적 마찰가능성이다.북한 경비정이 해상 탈출 주민을 추적,이번처럼 월경할 경우 우리 해군도 똑같이 차단할 것이다.이때 북측이 적극 대응으로 나선다면 상황은 극히 복잡하게 이어질게 뻔하다.최악의 경우 직접 교전사태는 물론 그 이상의 사태까지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쌍방의 위협.경고사격이 자칫 조준잘못이나 현장 관계자들의 흥분등으로 직접 피해상황으로 이어졌다면 어찌 됐을까.우리쪽에선 전투기까지 출동한 상태였다.

우리군은 지난달 보트피플을 계기로 북한주민의 해상탈출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상황에 대비,군사적 조치사항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냉철한 형세판단과 모든 경우를 가상한 만전의 대비태세가 어느때보다 필요한 때다.

김민석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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