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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뽑아든 일본 재정개혁 - 배경과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일본 재정구조개혁회의가 3일 분야별 삭감수치 목표 설정을 골자로 한 과감한 재정개혁 결정을 내린 것은'하시모토 개혁'의 본격화를 의미한다.지난 1월 시정연설에서 행정.금융.경제구조.사회보장.재정.교육등 6대개혁을 선언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가 최대의 난관으로 여겨지던 재정개혁을 정면돌파한 것이다.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돼온 금융개혁(일본판 빅뱅)에 비해 재정개혁은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족(族)의원들의 집요한 반발을 물리치고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하시모토 총리는 한편으론 여론의 지지를,또 한쪽에는 전직 총리등 재정구조개혁회의에 참가한 거물정치인들을 방패막으로 삼아 족의원들의 반발을 성공적으로 제압했다.그는 가장 껄끄러운 농업예산 분야에는 가토 고이치(加藤紘一)자민당 간사장을,방위예산에는 야마사키 다쿠(山崎拓)자민당 정조회장을 주공격수로 배치해 구체적 삭감수치 목표안을 밀어붙였다.

재정개혁에 대해 하시모토 총리는“재정을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21세기 일본경제의 파탄은 피할 수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일본경제의 활력과 21세기 선진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란 것이다.하시모토 총리가 재정개혁에 나선 이유는 두가지다.

하나는 거품경제 붕괴 이후 경기부양책으로 총액 60조엔에 이르는 재정지출을 단행,재정적자가 걷잡을 수 없이 팽창해버린 것이다.이대로 간다면 10년후 일본의 국채 잔고는 5백조엔에 이르고 이자로만 매년 20조엔을 지출해야 할 판이다.올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5.3%.이를 2003년까지 3% 이하로 줄이지 않으면 일본은 이자를 갚기 위해 또다시 빚을 얻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요인은 고령화추세.노동인구의 감소로 세수(稅收)는 줄어드는 대신 각종 사회복지비용은 갈수록 팽창할 수밖에 없어 미리 예방주사를 놓아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다.이를 위해 연금지급 개시 연령을 65세로 상향조정하고 의료보험의 본인부담 비율을 늘렸다.

절박한 선택인만큼 성역은 인정되지 않았다.사회보장.공공사업.방위비.정부개발원조(ODA)등 모든 분야에서 예산이 삭감되거나 증가가 억제됐다(표 참조).또 목표기간을 압축시키기 위해 2000년까지를 집중개혁기간으로 설정했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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