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 결재 호텔 영수증에 중국 네티즌 격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인터넷에 공개된 공금으로 결재된 지방 공무원의 호텔 명세서.

지난 19일 오전 중국 인터넷 토론 사이트 톈야(天涯)에 몇 장의 호텔 명세표 사진이 올라왔다. 안후이(安徽) 방부(蚌埠)시 국토자원국 직원이 공금으로 결재한 호텔 객실 영수증이다. 공무원들의 무분별한 공금낭비에 경기 불황에 시달리는 중국 네티즌들은 분개했다.

◇마오타이, 담배, 콘돔까지 220여 만원 결재=사진에 찍힌 ‘고객명세표’는 국토자원국 앞으로 발행된 영수증들이다. 금액이 적은 것은 1만501위안(210여만원), 가장 많은 것은 1만1822위안(236만원)이 찍혀있다. ‘최신탐관오리’란 닉네임의 사진 게시자는 “우리 인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공복’들이 우리를 실망케 했다. 우리가 낸 세금을 물쓰듯 하네요”라고 덧붙였다. 영수증에는 78만원 상당의 마오타이 4병, 중화 담배 8갑뿐 아니라 콘돔 6갑의 비용까지 포함돼있어 네티즌들을 더욱 격분시켰다. 현재 명세표에 서명한 방부시 국토자원국 직원의 이름이 공개된 상태며, 국토자원국의 공식 사이트는 네티즌들이 폭주해 사이트가 폐쇄된 상태다.

◇공금 낭비 급증, 일반 소비 꽁꽁=“소비가 바로 애국”, “부동산 구입이 바로 구국”. 내수 진작을 위해 내걸린 구호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중국 당국이 대대적인 내수진작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공무원들의 흥청망청 공금낭비가 극성이다. 중국의 여러 매체는 최근 베이징 관가에는 설 선물을 싣고 온 검은색 고급승용차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고 집중 보도했다. 올해는 특히 수십 만원에서 수백 만원짜리 백화점 상품카드가 인기다. 한 관리는 선물로 받은 백화점 카드를 주체 못해 15% 할인해 현금으로 바꿨다고 한 신문은 보도했다.
또한 각 성이 직영하는 베이징 주재 호텔과 교외 휴양시설에서는 ‘동향회’와 ‘단배식’이 연일 이어져 공금이 줄줄 새고 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태양보(太陽報)는 20일자 기사에서 일반인들의 소비는 나날이 주는데반해 공금 소비는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적인 불경기 아래에서 무분별한 공무원들의 낭비는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당국의 사회 안정기반을 헤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xiaok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