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서 전통 한정식점 '들풀' 개업 김안나씨 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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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피자.햄버거.커피전문점등 각종 서양음식점이 즐비한 서울 대학로의 뒷골목.김안나(36)씨가 이곳에 전통 음식을 취급하는 '들풀'이라는 음식점을 낼 생각을 한 것은 지난해 1월이었다.돈도 벌고 대학시절(성균관대 서양철학과 졸업) 드나들었던 대학로에 우리 전통음식을 보급해보겠다는 욕심도 있었다.

◇개업 준비=우선 대학로 인근의 한옥을 찾았다.지난해 4월 대지 60평,건평 30평에 살림집을 겸할 수 있는 현재의 한옥을 보증금 1억원,월세 1백80만원에 계약했다.

한옥 보증금과 실내장식 비용을 대기 위해 일단 살고 있던 집의 전세보증금 4천만원을 뺐다.여기에다 적금을 해약하고 예금을 찾아 만든 돈이 합계 1억원. 마땅한 담보도 없어 실내장식등에 들어갈 비용은 사채로 조달했다.친지들에게 월 2부이자로 8천만원을 빌렸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실내장식은 전문업자에게 맡기지 않았다.남편 고향(전북무주)에서 장독대.옛날문짝.절구등 내부장식용 물건들을 구했다.6월부터 시작한 실내장식 공사는 8월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김씨는 중요한 실수를 범했다.장식이나 비품을 구입하면서 영수증을 제대로 챙기지 않았던 것.총비용 8천만원중 10%에 해당하는 8백만원정도의 부가세를 환급받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수증이 없어 고스란히 손해를 봤다.

김씨는 이처럼 영업점을 꾸며가면서 음식점을 하기 위한 절차를 밟았다.

우선 사업자등록을 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해야할지 몰랐다.인근에 있는 음식점등을 수소문해 음식업중앙회에서 하는'신규영업주 위생교육'을 받은 후 구청에서 음식점 허가를 받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세금을 덜 내는 과세특례자로 사업자등록을 하려했지만 영업장의 규모가 크다는 이유 때문에 간이과세자로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영업 현황=음식은 산나물정식과 버섯전골에 특화를 하고 가격도 점심 6천원,저녁 1만~1만5천원 정도로 했다.김씨는 다른 한정식집의 가격을 조사하고 저렴한 쪽을 택했다.

또 음식에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콜라등 서양음료를 팔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술을 팔지만 양주는 사절했다.된장.고추장등도 스스로 만들고 산나물이나 버섯도 무주에 가서 직접 사와 사용한다.음식에 맞게 우리것만을 고집하는 차별화전략을 쓴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식당문을 연 이후 처음 4개월간은 적자의 연속이었다.

음식은 김씨 스스로 만들었기 때문에 주방장 인건비는 줄일 수 있었지만 주방과 홀에 각각 2명씩 둔 종업원의 인건비를 주기조차 버거웠다.

또 7개월간에 걸친 개업준비 과정에서 집안 어른들에게 음식을 배우기는 했지만 어려서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맛을 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씨는 결국 4개월이 지난 뒤 광고할 생각을 했다.우선 인근 지하철역(혜화역)의 게시판에 광고를 붙이고 신문보급소를 통해 광고지를 돌리기 시작했다.장소가 다소 외진 곳이라 지나가는 손님만을 기다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이후 서서히 매상이 올라가 최근에는 매달 1천8백만원 이상은 무난하다고 한다.김씨는 매출액중 종업원 인건비로 4백만원(1인당 1백만원)을 비롯해 월세(1백80만원),광열비.물값(50만원),광고비및 이벤트비(1백50만원),사채원리금상환(3백50만원),음식원재료비(3백만원)등으로 매달 1천4백30만원 정도를 지출한다.이같은 비용을 다 제하고 나면 매달 4백만원 이상을 손에 쥔다고 한다.

◇돈 관리,아이기르기가 문제=제일 서투른게 장부정리,돈 관리다.부업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현금출납장을 작성하고 영수증을 챙기는 정도다.

김씨는 빌린 돈의 이자가 은행이자보다 비싼 점을 감안해 은행에 적금을 든 후 적금대출을 받아 사채원리금을 상환하고 있다.시설이나 실내장식을 교체하기 위해 일정금액을 떼어두지도 못하고 그저 빚갚는데만 주력했다는게 김씨의 이야기다.김씨는 부업으로 아이(7세,6세 여아)돌보는 일이 자연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깝다.김씨는 본격적인 영업준비가 시작되는 오전10시부터 오후3시까지는 아이들을 유아원에 보낸다.

또 오후6시30분부터 9시까지는 아르바이트학생(시간당 3천원)을 고용해 아이를 돌봐주고 있다.

김씨는“현재의 수입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점과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송상훈 기자

<사진설명>

부업치고는 적잖은 밑천을 들인 대학로'들풀'의 주인 김안나씨는 우리 음식의 손맛을 내고 인건비도 절약하기 위해 종일 주방을 들락거린다. 방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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