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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설판단 주체 누구인가 - 장정일씨 법정구속 문단 반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장정일(蔣正一)씨에 대한 징역 10월 선고에 문단쪽에선“예상 밖이다”“말도 안된다”는등 대체로 놀라는 분위기다.특히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을 내린 점을 주목하고 있다.

95년 집행유예를 받은 마광수(馬光洙)씨의 경우 대학교수라는 사회적 신분이 작용한 반면 蔣씨는 오직 작품으로 승부를 거는 전업작가라는 점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무엇보다 소설가의 창조적 상상력을 꺾는'반(反)문화적'판결이라는 것. 문제가 된'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30대 후반의 조각가와 여고생의 분방한 성행위를 통해 우리 사회의 고정적.지배적 가치관에 반기를 든 소설.소설가 하일지씨는“공인된 작가의 창작물을 사법부 칼날로 재단하는 행위는 납득할 수 없다”며“우리 문화풍토가 그만큼 척박하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증거”라고 말했다.창작과비평사 이시영(李時英.시인)대표는“작품에 대한 평가는 오랜 세월에 걸쳐 독자와 문단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화여대 이인화 교수(국문학)도“음란성 작품으로 오해받을 부분도 많지만 일부 단어.문구로만 작품성을 판단하면 곤란하다”며“작가 또한 주인공및 상황의 비현실성을 수차례 강조한 만큼 소설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판결로 문단은 또 한차례 문학과 법해석의 관계에 대한 논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지난해'장정일 죽이기에 반대하는 젊은 소설가들의 모임'에 참여했던 송경아씨는“집행유예까지는 예상했으나 법정구속은 상상 못했다”며“회원들이 다시 모여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정호 기자

<사진설명>

장정일作'내게 거짓말을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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