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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프라를세우자>30. 서울종합촬영소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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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 할리우드를'꿈의 공장'이라고 부른다.이젠 진부한 비유지만 이 공장에서 나온 단일 상품 '주라기 공원'은 수년간 한국자동차 수출액에 버금가는 매출 실적을 올렸다.이 사실은 21세기를 앞둔 첨단 멀티미디어 영상시대의 특성을 설명하는 화두로 사용됐다.꿈과 환상을 눈앞에 실현시켜주는 영상 산업이 오락.정신문화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서도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강조하는 대목이다.이러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영상문화를 만들어내는 기초적인 인프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종합촬영소다.

국내에 이렇다할 영화촬영 스튜디오가 없는 상황에서 영화진흥공사가

건립하고 있는'서울종합촬영소'가 완전 가동되면 후진국의 면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영화계의 한가지 숙원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종합촬영소'는 항공.차량소음이 거의 없는 해발 2백~4백 산록인

경기도남양주시조안면삼봉리에 총면적 40만평,조성면적 9만여평 규모로

조성돼 올 연말 1차 준공을 보게 된다.

89년 건립기본계획을 세운 이래 91년 첫 삽을 뜨고 만 7년만에 제모습과

기능을 펼치게 됐다.

1차 준공시설은 특수촬영,중.대형의 스튜디오 4개동과 후반제작을 위한

녹음편집스튜디오,약 3만평 크기의 야외세트장,전통한옥 세트,소규모

고정세트를 포함한 촬영지원시설등으로 구성됐다.국고와 문예진흥기금으로

조달된 공사액은 올해분까지 6백40억원을 넘고 있다.시설이 완공되지

않았어도 94년부터 일부 스튜디오에서 실내세트 촬영이 시작돼 지금까지 약

70편의 우리 영화를 제작하는 현장이 됐다.

이 가운데에는 바둑대국장으로도 널리 알려진 인간문화재 고 박귀희 여사의

종로 운당여관이 1백63평 규모의 1백년전 서울 사대부 가옥으로 복원돼

지난해'은행나무 침대'의 세트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 촬영소는 영화 뿐만 아니라 방송사 주조정실과 같은 시설을 갖춰

TV.비디오.CF.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등 다양한 각종 영상매체제작에도

부응하는 종합영상센터로서의 기능을 확보하려 한다.

영화진흥공사는 1차 완공후에도 2000년까지 2백억원의 예산을 더 확보해

영화제작 전반을 디지털화하는 값비싼 설비를 들이는 한편 장기적으로

영상박물관과 첨단 위락시설이 갖춰진 영상테마파크를 조성해 관광명소와

국민영상교육장이 되도록 하는 마스터플랜을 잡아놓고 있다.

그러나 준공을 앞두고 대체적인 윤곽이 확정된 현재에도 몇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연건평 4천여평에 달하는 세트보관창고가 있는 촬영지원동은 최근

한국영화의 제작 편수와 다양한 소재를 감안해 볼때 준공 직후 1~2년내에

포화상태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특수촬영동은 90평 규모의 대형 수조도 갖추는등 공간은 확보하고 있으나

국내엔 특수촬영기술이 초보적인 단계에 지나지 않아 전문인력과 첨단

소프트웨어 확보가 시급한 형편이다.

또한 10억원 가량의 예산으로 오수처리시설을 만들 계획이나 주변이

상수원보호구역이어서 환경침해 시비가 일자 필름 현상시설은 가동치 않고

있다.

현재 의대생 소재의 휴먼코미디'스카이 닥터'를 서울종합촬영소에서

제작하고 있는 지맥필름의 서준원 프로듀서는“하루 25만원 대여료로 이

정도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괜찮은 편”이라고 평가하고“문제는

복잡한 영화제작의 부대조건들이 하루빨리 다 갖춰져 이곳에서 완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희망했다.

호주출신의 세계적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은 한국영화'모텔 선인장'을

찍으면서 종합촬영소의 시설에 대해“너무 새 설비로 갖춰져 흠집이 날까봐

걱정될 정도”라면서“이러한 하드웨어를 갖추는데 7년여 걸렸다면 그것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소프트웨어는 그보다 배이상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또 올해부터는 국고지원이 완전히 끝나고 문예진흥기금과 자체의 스튜디오

대여비 등으로만 예산을 확보해야함에 따라 테마파크등 장기계획은 완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정부는 당초 2005년까지 1천억원에 달하는 국고를 지원해 완벽한

관광자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으나 극심한 경제불황이 닥치자

이 부분은'별로 급하지 않은 사안'으로 돼버린 형편이다.

애초엔 운당여관 뿐만 아니라 서민가옥.초기 양옥등의 고정세트와 주변

산록을 이용한 자연촬영장도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자연파괴 시비와

예산조달 난망으로'희망사항'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다.

준 공이후 수십억원의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형편에서,독립기념관과

같은'썰렁한'실패작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영화진흥공사측은▶운영요원의

최소 정예화▶시설 자동화등 과학적 경영▶각종 이벤트등 유치로 촬영소

전체공간의 수입원화▶해외영화사도 이용하게 하는 적극적인 세일즈

활동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화진흥공사는 영화사와 방송사등 민자유치를 도모하고

테마파크 조성등으로 기대되는 각종 상업시설에서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나 이렇다할 성과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영화인들 사이에선 영화진흥공사의 관적인 감독에서 벗어나 철저한

독립채산제로 홀로 서거나 차제에 민영의 종합영상센터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형편이다.

특히 시너지효과를 위해선 기존의 영화사.방송사가 갖고 있거나 조성할

계획인 영상제작 세트와 시설을 통합시켜 명실공히 '한국의 할리우드'로

키워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한편 국내의 각 지방자치단체들과 방송사.대기업들은 이러한 영상제작

인프라의 필요성과 무한한 파급효과에 대해 절실한 인식을 하고 있으나 아직

선언단계에 머물러 있다.지방자치 실시이후 전남도는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인'서편제'의 촬영장인 장성.영광.보성등을 관광상품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아무런 진척 소식이 없다.

한편 충남도는 아산시탕정면 일대에 1백만평 규모의 복합영상단지를 조성해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영상기술을 도입키로 합의,2000년을 전후로

완공키로 했다는 웅대한 계획을 최근 밝힌바 있다.

각종 문화예술 이벤트 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강원도 춘천도 멀티미디어와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한 영상테마파크를 구상중이다.

또 KBS는 수원 오픈세트를 확장,종합드라마제작센터를 짓기 위해

8백90여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9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SBS는

사극'임꺽정'의 촬영을 위해 강원도 철원에 세운 5천평의 세트를 철원군에

기증키로 하고 철원군은 이를 관광.휴양시설로 개발할 계획이다.

태흥영화사의 벽제 오픈세트도 영화제작사 혼자로는 위락시설까지 갖춘

복합 테마파크로 키우기에는 역부족이어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채규진

기자

<사진설명>

'서울종합촬영소'에 3만여평 규모로 대형 영화 세트가 설치될 오픈세트장과

밑으로 이어져 있는 스튜디오 건물들. 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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