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 챙겨주는 알뜰족 엄마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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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모를 경기침체로 자녀교육에도 여느 해보다 심한 칼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하지만 하릴없이 마냥 떨고만 있을 수는 없다. 지혜를 발휘하면 미로 속에서도 길이 보이는 법. 갖가지 노하우로 ‘따뜻한 겨울’을 맞고 있는 알뜰족 엄마들 얘기에 귀 기울여보자.

도서관을 적극 활용하자!

이경호(36·안양1동)씨는 아들 박정용(8·안일초1)군을 매일 집 근처 도서관에 데려다 준다. 개관은 오전 9시지만 두 사람은 30분 일찍 도착한다. 좋은 책 근처의 명당(?)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도서관에 가면 전기세를 들이지 않고도 하루 종일 따뜻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데다 컴퓨터까지 쓸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니겠어요?”

 도서관을 제집 드나들 듯 하다 보니 어디에 무슨 책이 있는 지 외울 정도. 이씨는“도서관 안내책자를 참고하면 도서관에 어떤 책들이 있는지 알 수 있다”며 “문제집도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다”고 귀띔했다. “문제집을 종류별로 다 사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잖아요.도서관에서 문제집을 빌려와서 연습장에 답을 적고 채점한 후 해설을 따로 정리하면 저절로 공부가 된답니다.”

 도서관에서는 영어동화 CD와 테이프도 빌릴 수 있다. 영어공부라면 시큰둥하던 박군은 빌려온 영어 테이프를 매일 아침 들으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씨는 “정용이가 직접 고른테이프라 그런지 알아서 꼬박꼬박 챙겨 듣는다”며 “방학 동안 영어 실력이 부쩍 는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이씨가 건네는 도서관 200% 활용비법은 바로 직원과 친해지기. “새 책을 남들보다 빨리 빌리고 싶다면 사서와 친해지세요. 신간 도서나 교재가 들어올 때마다 제일 먼저 알려주거든요. 도서관 회원증을 많이 만들면 대여기간을 늘릴 수 있어요. 저희는 가족 4명이 도서관 회원증을 하나씩 갖고 있어 책 한 권을 최장 한 달 반까지 빌릴 수 있답니다.”

경품 사이트를 공략하자!

김은주(43·방학동)씨는 얼마 전 예비 중학생인 딸에게 문제집을 한아름 선물했다. 돈 주고 산 것이 아니라 모두 경품으로 받은 것이다. “경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경품 행사를 하는 온라인 사이트들이 많아졌어요. 시간과 노력을 조금만 투자하면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죠.”

 온라인 이벤트는 학습정보를 공유하는 카페에 주로 올라와있다. 대부분 10분 정도면 끝낼 수 있는 간단한 형식인데다 뜻하지 않은 사은품을 주는 이벤트도 많다. 추첨을 통해 상품을 주는 이벤트는 빨리 응모할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반면 체험후기나 서평쓰기처럼 성의가 중시되는 이벤트는 차별화가 생명이다. 김씨는 “돋보이기 위해서는 다른 제품이나 이벤트와 비교해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며 “‘최고’‘감동적인’ 같은 접대성 멘트도 빠뜨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한 사교육업체가 운영하는 학습지 평가단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새로 나온 중·고등 교재들을 미리 써볼 수 있는 기회는 물론 교재를 무료로 받아보는 혜택까지 누리고 있는 것. 그는 “온라인 평가단이나 모니터링 활동을 통해 푸짐한 행운을 얻는 것은 물론 교재제작에 내 의견을 반영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수엄마와 친해지자!

윤혜정(36·신정동)씨는 지난 12월,학원에서 알게 된 엄마의 추천으로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아들과 함께 고려대 생명과학 캠프에 다녀왔다. 윤씨는 “참가비가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훌륭한 프로그램이었다”며 “먼저 경험한 엄마의 말 한마디 덕분에 시행착오 없이 잘 다녀왔으니 절약을한 셈”이라고 자랑했다.

 아이가 하나밖에 없어 교육경험이 부족한 윤씨는 고수엄마들과 친해지는 전략을 해 교육비도 절감하고 알짜정보도 얻고있다. “고수엄마들은 아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나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추천해주고 경험담을 들려줘요. 정확하고 신뢰성 높은 조언 덕분에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고 적절한 교육법을 찾을 수 있어요.” 선배 엄마들에게서 책이나 참고서를 물려받는 것도 교육비 절약에 한몫 한다. 윤씨는 “얼마 전 명문대에 합격한 딸을 둔 지인에게서‘중학생이 읽어야 할 소설’과 ‘중학생이 읽어야 할 시’ 전집을 물려받았는데 교육비 절감도 그렇지만 좋은 기운까지 물려받은 것 같아 참 좋다”며 웃었다.

 윤씨는 고수엄마와 친해지는 방법도 알려줬다. “학교 학부모회는 꼭 참석해요. 공부 잘하는 아이의 엄마들과 만날 수 있거든요. 학원 엄마들과도 친해지세요.

자체 교육프로그램도 잘 살펴보자!

 민경숙(39·쌍문4동)씨는 딸 강근희(초당초 2년)양을 3개월째 주민자치센터 영어교실에 보내고 있다. “요즘 경기가 좋지않아 아이 학원보내기가 힘들었는데 이런 프로그램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앞으로 이 프로그램을 덕성여대에서 진행한다고 하는데 거기에도 꼭 보낼 겁니다.”
도봉구가 진행하던 원어민 초등영어교실은 지금껏 관내 주민자치센터에서 열리다 올 3월부터는 덕성여대 언어교육원으로 옮겨간다. 주 3회(회당 1시간) 수업에 비용은 월 5만5000원꼴. 학생 6명에 외국인 강사 1명,한국인 강사 1명씩 배정돼 내로라하는 고액 영어학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민씨처럼 해당 자치단체가 진행하는 각종 학습 프로그램도 잘 찾아보면 실속을 차릴 수 있다. 도봉구의 덕성여대 영어교실과 노원구가 실시하는 원어민 화상교육, 양천구의 영어동화교실, 송파구의 Global English Leader 양성프로그램, 강남구 주민자치센터 영어교실 등이 대표적 사례.

 이들 프로그램의 특징은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덕성여대 언어교육원 박부남(42) 교수는“일반 사교육과 비교해 공공기관 교육프로그램은 공신력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강사수준부터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리미엄 김지혁·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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