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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 학부모 마음으로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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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해도 ‘교육’이 심상찮다.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2일)에서 “교육개혁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맞장구치듯 대규모 인사(12일)를 했다. 교과부 본부 실·국장 23명 중 17명이 물갈이됐다. ‘느림보’ 교육개혁에 대해 대통령의 심기가 좋지 않다는 점을 간파한 안 장관의 ‘방어용 인사’라는 평이 나온다.

왜 그럴까. ‘그 밥에 그 나물’이기 때문이다. 간부들의 업무 전문성과 개혁 의지보다는 양적 이동에 치우친 인상이다. 안 장관이 들으면 섭섭할 수도 있겠다. 1급 7명 전원이 사표를 낸 이후 한 달 고민 끝에 꺼낸 카드인데…. 따져 보자. 본부 간부 상당수가 시·도교육청 부교육감과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로 교차 이동했다. 부교육감이나 국립대 간부는 대통령직인수위가 없애려고 했었다. 교육분권과 대학자율화를 막는 ‘악성 보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런 곳에 있던 이들을 불러들였다고 인적 쇄신과 교육개혁이 되겠느냐는 지적이 있는 것이다.

사실 교과부 인사는 현 정부 출범 때부터 잘못됐다. 3불(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과 내신 50% 반영, 수능등급제, 특목고 옥죄기, 로스쿨 지역 할당 같은 평준화 대못을 박았던 관료를 줄줄이 요직에 앉혔다. 인사를 주물렀던 청와대 실세는 “보따리 싸야 할 사람에게 기회를 주면 감동해 충성할 것”이라고 귀띔한 적이 있다. 그의 판단은 빗나갔다. 관료들은 겉돌았고, 정책은 추진력을 잃었다.

되짚어 보자. 1년간 영어공교육 개편과 교육자율화, 사학분쟁 조정, 역사교과서 수정 문제 등이 얽혀 갈등과 불신만 커졌다. 4800만 국민이 ‘교육전문가’라 할 정도로 교육열이 높은데 ‘아마추어’로 일한 탓이다.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앞 시위 중 80%는 교육문제일 정도다. 며칠 전 만난 교육 관료도 “죽을 맛”이라고 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도덕성이다. 지난해 ‘스승의 날’ 관료들이 나랏돈을 들고 모교를 찾아 폼을 잡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게 대표적이다. 교육은 도덕성이 생명 아닌가.

신뢰도 잃었다. 10년간 관료들이 좌지우지했던 평준화 ‘관치교육’을 ‘자율·경쟁교육’으로 바꾸려면 몸을 낮추고 진정성을 보였어야 했다. 그런데 몸 따로 마음 따로 놀았다. 사립대의 한 총장은 “관료들이 여전히 목에 깁스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이들이 내놓는 정책을 믿고 따르겠는가. 대통령의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 공약을 비웃듯 사교육비는 지난해 20%나 불어났다. 교육 관료들은 “교원평가제를 도입해 학교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큰소리쳤지만 5년간 헛바퀴만 돌렸다. 반대하는 전교조와의 소통을 이유로 이전 정부 때는 전교조 출신을 장관 보좌관실에 앉히기도 했다. 지금은 교원평가제 정부입법도 포기했다. 의원입법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여야 의원 세 명이 각각 발의한 법안은 낮잠을 자고 있다. 무슨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혹, 교원평가제 불발 책임을 국회로 돌리려는 수는 아닌가.

평준화를 보완하고 학교를 다양화하기 위해 올해 30곳에 만드는 자율형 사립고도 학생을 추첨으로 뽑기로 했다. 탁구공 색깔로 당락을 가려 울음바다가 됐던 국제중처럼 실력보다 운이 더 중요하다는 걸 가르치려는 것인지 답답하다.

교육개혁이 속도를 내려면 장관과 관료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 안 장관은 혼선의 책임을 통감하고 조직을 다잡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미국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처럼 “책임은 자신이 지고 공은 부하에게 돌리는 것”이 진정한 리더다. 관료들은 학생·학부모, 초·중·고와 대학에 몸을 낮춰라. 자율과 경쟁 교육의 큰 틀은 이들의 지지 없이는 안착하기 어렵다. 학부모 마음으로 일하는 게 교육개혁 성공을 위한 첫걸음이다.

양영유 교육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