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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논조>미얀마 민주화 탄압 - 워싱턴포스트 27일자 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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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얀마의 군사정부가 아웅산 수지여사가 이끄는 야당의 전당대회 개최를 원천봉쇄하면서 재야 민주인사들에 대한 전국적인 탄압을 하고 있다.미얀마의 유일한'정당한 통치자'로 인정받은 인사들이 또 한번 압제자들에게 쫓기게 된 형국이다.현재까지 투옥된 것으로 확인된 민주인사들은 무려 2백여명이 넘는다.한 민주인사는 복사기를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26년형을 선고받았을 정도다.

미얀마 군사정부의 이같은 비이성적 처사는 미국정부의 대(對)미얀마 경제제재에 대한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해줄 뿐이다.최근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부대변인은“미얀마를 정상적인 국가로 대접해선 안된다고 미국이 생각하는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이제 여기에 또 하나의 이유가 추가된 셈이다.

4천5백만명 인구의 미얀마는 본래 풍요한 땅이었다.천연자원도 풍부하다.여러모로 미얀마는 아시아에서 지도적인 국가가 되기에 손색이 없는 나라였다.그러나 수십년간 계속된 폭압통치는 미얀마를 형편없는 삼류국가로 끌어내리고 말았다.

미얀마가 빈곤과 저성장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는 했다.지난 90년 미얀마 군사정부가 자유총선을 실시한 것.당시 미얀마 독립의 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인 수지여사는 가택연금상태였지만 수지여사가 이끄는 민주국민동맹(NLD)은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민주화의 꿈은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국가법질서회복위원회(SLORC)로 불리는 군사정부가 질서회복을 이유로 권력이양을 거부한 것이다.수지여사는 지금까지도 가택연금상태다.

민주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는 수지여사가 총선승리 7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NLD 전당대회를 열겠다고 공언하면서부터 시작됐다.단 하루의 평화적인 전당대회조차'절대불가'라는 방침을 굳힌 SLORC는'아직 열리지 않은 국회'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인물들을 체포하기 시작했다.이같은 탄압에 가장 당혹한 것은 필리핀.태국등 주변 동남아국가연합(ASEAN)국가들이다.미얀마의 ASEAN가입을 추진해왔으나 이번 일로 차질을 빚게 됐기 때문이다.미얀마의 정치.경제적 불안이 심각하고,더불어 국제적 이미지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ASEAN이 미얀마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게 된 셈이다.

영국의 블레어정부는 지난 주 유럽연합(EU)과 공동으로 SLORC에 대한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빌 클린턴 미국대통령도 지난주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안을 발표했다.이제 다음주 유럽에서 열릴 G-7 정상회담이 관건이다.여기서 미얀마군사정부가 자국 국민들의 뜻을 존중하도록 만들 수 있는,보다 효과적인 방안이 도출되길 기대해본다. 정리=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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