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경영학 배우면 시너지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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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이창양((左)에서 세번째)교수의 지도로 스페인 국제마케팅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이재준.전종일.김사라((左)로부터)씨가 교내 잔디밭에서 포즈를 취했다.

"실무사례 분석중심의 경영학 석사(MBA) 과정과는 달리 경영공학은 이론중심적인 학문입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실무에 적용해 보고 싶어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비록 가상공간이었지만 실무 책임자로서 회사를 운영하며 고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여러가지 이론을 적용해 봤습니다. "(전종일씨)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경영공학 석사과정 2년차인 전종일(28).이재준(24).김사라(23) 학생팀이 지난 5월 24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글로벌 마케팅 게임 2004'에서 3위를 차지했다.

세계 50개국에서 550개팀의 대학생과 현업 실무자들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이들은 아시아 참가자로는 유일하게 입상했다. 1위는 스페인 경영대학생팀이, 2위는 포르투갈의 직장인팀이 차지했다.

이 대회는 스페인의 비즈니스 스쿨인 ESIC와 유럽경영대학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후원하는 비즈니스 시뮬레이션 경진대회다. 참가자들은 온라인 상의 가상공간에서 우유와 요구르트를 파는 회사를 경영하며 온라인 상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투자.판매.판촉 활동을 벌여 누가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느냐를 겨뤘다. 지난 1월부터 모두 네단계에 걸쳐 예선과 준결승을 치른 뒤 최종 5개팀이 스페인에 모여 최종 승자를 가렸다.

"최고의 비즈니스 계획을 짜내기 위해 매일 치열한 논리 싸움을 벌여야 했어요. 종일이 형은 안정적이며 현실적인 계획을 주장하는 반면 저는 위험성이 있지만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공격적인 계획을 내세웠죠. 사라씨는 두 의견의 절충안을 제시했어요. 그러한 집요한 의견교환 과정을 거치다보니 밤을 새우기 일쑤였습니다."

팀원 중 체격이 가장 큰 이씨는 "지난 5개월간 주말 저녁과 새벽을 모두 이 대회에 투자했다"면서 "보통 체력으로는 버틸 수 없었던 힘든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지난 겨울 제가 속한 연구실에서 공부했던 '산업조직론'이나 '게임이론' 같은 응용경제학 이론들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수학으로부터 얻은 논리적 사고가 경제학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전종일씨)

"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공대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이 많이 활약하고 있고, 미국 월 스트리트에서는 수학이나 통계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이공계가 위기라는 얘기가 많은데, 이공계 공부를 한 사람들이 이를 바탕으로 경영.경제학을 공부할 경우 큰 시너지 효과와 함께 남다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김사라씨)

이코노미스트 보도를 통해 전세계에 한국 학생들의 실력을 과시한 이들은 이번 입상으로 3000유로(약 42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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