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방송] "당신은 사랑을 양보할 수 있나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항상 그랬다. 어떤 소재라도 코믹을 앞세우면 구렁이 담 넘어가듯 그냥 넘어갔다. 아니, 정색하고 다루면 얻어맞을 내용도 코믹으로 포장하면 오히려 사랑받았다. 12일 방영하는 MBC의 새 주말극 '사랑을 할거야'(연출 이주환, 극본 박지현)도 이런 공식을 따르는 또 한편의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사랑을 할거야'는 이혼.사별 등으로 혼자가 된 중년 남녀가 많은 요즘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아이들이 혼자 사는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컸다고 생각됐을 때 엄마는 두번째 사랑에 눈뜬다. 그런데 전혀 뜻밖의 난관에 부닥친다. 내 딸이, 내가 재혼하겠다고 맘 먹은 남자의 아들과 사랑하는 사이란다. 자, 이제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딸의 눈물에도 불구하고 내 사랑을 쟁취해야 할까, 아니면 그 남자를 바깥 사돈으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까. 딸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엄마는 결혼 한번 해봤으니 양보하라며 사랑하는 남자를 꽉 움켜쥐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사랑하는 그이를 그저 오빠로만 바라봐야 할까.

그 어떤 선택도 쉽지 않아 갈등에 빠지는 만화가 엄마 김옥순 역은 중견 탤런트 김미숙, 그리고 겉으론 깍쟁이 같지만 실제론 속 깊은 옥순의 딸 진보라 역은 청춘스타 장나라가 맡았다. 또 옥순의 열렬한 만화팬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명품 화장품회사 이사 연성훈 역에는 강석우, 성훈의 아들이자 보라와 연인 사이인 하늘 역에는 연정훈이 캐스팅됐다.

어떻게 결론이 나더라도 파격적일 수밖에 없는 줄거리를 따라가는 재미만큼이나 주연을 맡은 연기자들의 변신을 지켜보는 묘미도 만만치 않다. 나이를 먹어서도 늘 분위기있는 역할만 해왔던 김미숙이 망가지는 코믹 연기에 처음 도전한다. 그런가 하면 잘생긴 멜로 배우에서 코믹 배우로 변신했던 강석우는 멋진 로맨스 그레이로 돌아온다. 지난해 2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탄 영화 '사마리아'에서 주연을 맡았던 곽지민은 엄마와 언니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진파랑 역으로 등장한다.

'인어아가씨'의 이주환 PD와 '사랑해 당신을''이브의 모든 것'의 박지현 작가를 내세워 만든 이번 작품으로 MBC가 과거의 영광을 되살릴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안혜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