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황금 주파수를 잡아라” 회오리치는 통신 시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이런 주파수를 둘러싸고 올 한 해 방송·통신 업체 간에 치열한 쟁탈전이 예상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부터 방송사와 통신회사에 빌려준 주파수들을 일부 회수해 새 사업자에 나눠 주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용 황금주파수와 지상파방송용 ‘로열 주파수’(700㎒)는 잘 구워진 감자처럼 가판대에 올라 주인을 기다린다. 주파수 전쟁의 원년인 올해가 지나면 국내 방송·통신 시장의 판도가 확 달라질 전망이다. 기존 사업자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신규 사업자가 요금·서비스 경쟁에 불을 붙이면 소비자들은 전국 어디서나 잘 터지고 값도 싼 무선통신 서비스를 골라 쓸 수 있게 된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파수 재배치=방통위는 올 하반기에 SK텔레콤이 쓰는 주파수의 일부(800㎒의 20㎒, 900㎒의 20㎒)를 회수해 KTF·LG텔레콤에 빌려준다. 또 옛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이 사업을 포기하면서 반납한 와이브로 주파수(1.8㎓의 27㎒폭)를 기존 회사(KT·SK텔레콤) 이외에 신규 사업자를 선정해 할당한다. KBS 등 지상파 3사가 독점해온 로열 주파수의 일부(채널 51~69)도 회수해 다른 용도로 쓴다.

방통위의 조경식 전파기획과장은 “2012년 아날로그 방송이 디지털로 완전히 전환되면 주파수 자원에 여유가 생긴다. 연내에 수요 조사와 의견 수렴을 거쳐 활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통신·방송 업계는 품질·가격 경쟁력과 직결되는 주파수에 목을 맨다. 주파수는 국토·영공·영해에 이어 ‘제4의 영토’로까지 불린다. 그래서 국가 간 분쟁까지 일으키기도 한다. 통신위성을 띄우려면 국제기구에 특정 주파수 할당을 신청한 뒤 수년간 인근 국가와 지루한 협상을 벌여야 한다. 다른 나라가 선점한 주파수 대역을 피하고, 인근 주파수와의 전파 간섭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중국·일본 3국은 해마다 두 차례 이상 주파수 협상에 나서는데 뜨거운 논쟁을 벌이곤 한다.

◆통신시장 재편=국내 2위 이동통신 업체인 KTF는 황금 주파수를 받으면 SK텔레콤과 싸워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모기업인 KT가 이르면 상반기에 국내 처음 선보일 와이브로 전화와 시너지 효과를 내면 이통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

유석오 KTF 상무는 “KT와 유·무선 간 공조는 물론 무선 간(KT 와이브로와 KTF 휴대전화)에도 협력체제를 강화하면 이통 1위에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텔레콤은 황금 주파수를 확보해 4세대(4G) 이통시장 1위를 노린다. 이를 위해 정일재 사장이 연초 가동한 황금 주파수 인수추진팀을 몸소 진두지휘한다. 그는 “황금 주파수를 반드시 확보해 4G의 일등 브랜드가 되자”고 의욕을 보였다.

세 회사 이외의 새로운 이통사업자가 출현할 가능성도 있다. 방통위가 방송·3G·와이브로용 주파수 중 일부를 신규사업자에 할당하기 때문이다. 신규사업자는 기존 회사보다 값싼 요금을 무기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방통위의 이병기 상임위원은 “와이브로 전화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해 종전 휴대전화보다 원가를 30% 정도 낮출 수 있다. 요금이 내려 통신 소비자한테 좋은 일이 된다”고 기대했다.

◆방송시장 격랑 속으로=방송사의 특정 주파수 독점도 일부 풀린다. 특히 지상파 3사가 2012년까지 아날로그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마무리하면 여유 주파수(698∼806㎒)가 생긴다. 방송통신정책연구원의 박민수 전파정책연구그룹장은 “방통위가 정한 여유 주파수를 새로운 사업자가 받아 시청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 3사는 불만이다. 이들은 “방통위가 주파수 재배치 계획을 강행하면 디지털방송 전환 과정에서 주파수가 부족해져 채널 간 전파 간섭으로 화질이 떨어지는 등 혼신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주파수 부족의 피해는 무료 시청을 보장받아야 할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주장이다.

이원호 기자

◆주파수=이동통신이나 TV의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무선으로 실어 나르는 전파의 수준. ㎐는 1초에 파형이 얼마나 진동하는지를 나타내는 단위다. 보통 진동이 적은 저주파일수록 전파 특성이 좋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