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스텝포드 와이프' 주연 니콜 키드먼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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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생활에서는 완벽주의자와 거리가 멀다고 밝힌 니콜 키드먼. 그러나 연기만큼은 완벽하다. 영화 ‘스텝포드 와이프’에서 그는 성공한 커리어 우먼에서 살림 솜씨 만점인 아내로 돌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당당한 커리어 우먼이다. 성공도 보통 한 게 아니다. 자연히 돈과 명예도 움켜쥐었다. 얼굴은 예쁘고 자존심은 강하다. 이런 여자를 아내로 둔 남자는 어떨까. 피곤하다? 그렇다. 피곤한, 아니 피곤했던 남자들이 뉴욕에서 가까운 코네티컷주 스텝포드란 자그마한 부촌(富村)에 모여 산다. 여기서 남자들은 더 없이 행복하다.

잘난 아내들이 180도 변했기 때문이다. 언제나 화장을 곱게 하고 앞치마를 두른 정숙한 모습이다. 주특기는 케이크 굽기, 남편 상전으로 모시기, 아이들 챙기기로 모두 같아진다. 남편이 골프를 치면 캐디는 당연히 아내 몫이다. 언제나 미소를 머금고 불평은 일절 없다. 완벽한 아내로 개조된 것이다.

"스텝포드의 아내들처럼 집안일을 잘 하느냐고요? 그러려고 노력하죠. 요리는 정말 좋아해요. 요리를 하면 긴장이 풀어지죠. 선물 포장도 잘 하지만 뜨개질이나 바느질에는 재주가 없어요." 프랭크 오즈 감독의 새 영화 '스텝포드 와이프(Stepford Wives)'의 주인공이 이래서는 곤란하다. 만점 아내가 바느질을 못하다니.

"완벽주의자냐"고 또 물으니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고 한다. 미스 캐스팅인가. 그러나 세상이 완전치 않다는 사실만 인정하면 그만큼 훌륭한 캐스팅도 없을 듯싶다. 요즘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니콜 키드먼(37)이다. 지난해'디 아워스'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과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안았으며, 최근에도 '도그빌''휴먼 스테인''콜드 마운틴' 등 여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내년에 찍을 몇편에도 이미 이름을 올렸다.

오는 11일 미국 개봉(국내에선 올 가을)을 앞두고 지난 3일 뉴욕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영화는 한 TV방송사의 최연소 여사장으로 성공가도를 질주하다 어느날 갑자기 추락한 뉴요커가 스텝포드로 이주하면서 접하는 야릇한 환경과 소동을 줄거리로 삼고 있다. 부부 간의 역학관계를 풍자와 위트로 엮은 코미디물이다.

아이라 레빈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것인데, 1975년 브라이언 포브스 감독에 의해 스릴러로 만들어진 적이 있다. 오즈 감독에게 스릴러를 코미디로 바꾼 재주에 대해 묻자 작가인 폴 루드닉의 공으로 돌린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너무 마음에 들었단다. "실수하는 게 사람이고,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사람들이 완벽했다면 어떤 부부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고, 스텝포드란 마을도 없었을 겁니다." 감독은 여성들의 파워가 점점 세지고 있는 오늘을 사는 부부들이 비슷하게 안고 있는 고민을 이 영화를 통해 반추해봤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 듯했다. 이런 메시지 전달에 베트 미들러.글렌 클로즈.크리스토퍼 월킨 등 연기파 배우들의 동참이 큰 힘이 됐다.

"사람들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방법은 결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것이죠." 영화 속에서 방송사 사장으로서 잘 나가는 모습을 본 직후라 그런지 키드먼의 이 말은 적이 가식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조각 답변들을 주워모아 작은 사생활 모자이크를 만들어 보니 의외로 평범한 것 같다.

"친구들과 어울려 쏘다니는 일은 별로 없어요. 한가한 시간엔 대부분 두 애와 부모님.여동생 등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요." 톰 크루즈와 10년 넘게 살다 2001년 8월 이혼한 그는 요즘 영화작업 외에는 당시 입양했던 두 아이를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키드먼은 최근 1년간 뉴욕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는 습성으로 인해 이곳도 임시 거처에 불과하다. 뉴욕을 좋아하지만 고향인 호주 시드니나 파리.런던이 살기는 더 편하다고 털어놨다.

영화 속 배역과 같이 성공을 좇느냐는 질문엔 "배우라는 직업을 좋아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완벽한 남편감에 대해선 완벽한 걸 싫어한다며 답을 피했다. 완벽한 남자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스텝포드의 첨단기술'을 준다고 해도 그런 사내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1m79㎝의 키에 잘 빠진 몸매와 주먹만한 얼굴이 바비인형 같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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