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惡性헛소문의 폐해를 막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6월 금융 대란설'이 한국경제를 강타하고 있다.금융가에는 도산에 직면해 있다는 20여개 중견기업 리스트가 나돈다고 한다.이런 소문은 한 입씩 건너가면서 더 커지고 더 어두워지게 마련이다.헛소문 대상기업은 새 돈을 융통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기왕의 채무에 대해서는 기일도 되기 전부터 변제독촉을 받게 된다. 원료 등 실물거래 길마저 막히고 생산품 판매대전 회수도 어려워진다.이러다가는 헛소문이 사실이 돼 버린다.

우리 기업은 거의 전부가 부채,특히 단기부채에 너무 의존하는 재무구조를 갖고 있어 불황기에는 그 생존이 너무 취약해진다.이런 점에서 거의 모든 기업이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그래서 모든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다른 모든 기업과 금융기관의 결제능력을 의심하게 된다.이것이 금융대란설의 진원이다.

가장 급한 일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을 만들어 내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이다.공포감에서 벗어나 차분히 살 길을 찾겠다는 집단적 의지를 가져야 한다.모든 기업과 금융기관이'6월 금융대란설'에 휘말려 빚이나 외상변제를 독촉하고 새 거래의 길을 끊는 쪽을 택하게 되면 거기서 살아남을 기업이나 금융기관은 없을 것이다.

각기업은 자신의 현황에 관한 정직한 정보를 거래기업및 금융기관에 털어 놓아야 하고 그것을 듣는 거래처들은 상대방을 살려냄으로써 자신도 살아남을 길을 서로 협조해 강구해야 한다.이것이 솟아날 구멍이다.그렇게 하지 않았다가 전국경제가 부도 도미노를 일으키면 자기도 결국 살아남지 못한다.

어제 강경식(姜慶植)부총리는 종합금융회사 사장들을 불러놓고'정당한 이유 없이 대출을 중단하거나 자금을 회수하는'금융기관은 특별검사를 하겠다고 경고했다.의도는 다 좋게 하자는데 있었겠지만 이런 협박성 경고는 지금으로서는 금융대란에 대한 공포심만 더하게 할 수도 있다.정부도 기업과 금융기관의 수준에 내려와'같이 살아 남을 길'을 찾는데 진정으로 성의껏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