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학동 경제개방 전통식품 상품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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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하늘아래 첫동네,지리산 청학동 사람들이'경제개방'에 나서 자신들이 먹는 간장.된장.고추장등을 상품화,점차 매출을 늘려가고 있다.

“산속에서 전통생활을 고집하며 사는 사람들인데 웬 수익사업이냐”는 말도 하겠지만 청학동 주민들은 이미 지난 93년 ㈜삼선당(三仙堂)이란 전통식품회사를 세우고 자신들이 먹는 식품의 상품화에 나섰다.청학동 주민의 한사람으로서 삼선당 사장을 맡고 있는 정찬홍(鄭贊洪)씨는“마냥 호롱불로만 쓸 수 없어 전기를 끌어들였더니 곧바로 TV.냉장고까지 보급되는등 주민들 씀씀이가 갈수록 늘어나 하는 수 없이 수익사업에 나섰다”고 했다.

청학동 경제개방의 주역인 鄭씨는 당시 주민들로부터 '청학동 망칠놈'이란 욕을 먹어가며 마을부근에 비닐하우스 공장을 세우고 청학동 고유의 방식으로 죽염.고추장.된장.간장.감식초등을 생산,판매하기 시작했다.초기에는 일부 주민들의 이견으로 대외 홍보등 판촉활동을 기피해온 탓에 사업이 지지부진했다.그러나 95년 이후 현대.애경백화점등의 매장판매,농협.우체국을 통한 통신판매등 유통망을 개척해 나가면서 매출액도 늘어나 지난해의 경우 매출액이 15억원에 달했다.최근에는 다단계판매회사인 숭민산업과 제휴하는등 새로운 유통망을 확보함으로써 금년 매출액이 25억원은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청학동 사람들은 이처럼 삼선당을 통한 수익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걱정도 생겼다.경제개방이 자신들의 전통 생활방식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바깥 나들이를 가급적 鄭사장 한사람에게 국한시키고는 있지만 청학동 신세대를 중심으로 어떤 바람이 몰아칠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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