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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아이템] 봄을 부르는 연두색 머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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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그래피티 아티스트 스테판 스프라우즈와 공동 작업한 루이뷔통 머플러.

정말 춥지 않나요? 추위는 반갑기도 하고 밉기도 합니다. 겨울이니 추운 게 당연하지 않은가라고 말씀하실지 모르겠으나 이번 추위는 꽤 맵네요. 아주 더운 것과 아주 추운 것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별 망설임 없이 더위를 택하는 저는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계절에 맞춰 많은 일이 진행되는 패션계 사람들은 춥지 않은 겨울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오리털 파카나 모피, 두꺼운 소재의 니트 아이템들은 날씨가 아주 추워야만 신나게 팔리니까요. 지긋지긋하게 더운 여름에는 ‘차라리 겨울이 좋다’는 생각을 하고, 겨울이 끝날 것 같지 않을 때는 ‘그래도 여름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변덕이나 간사함 때문일까요.

요즘 패션계의 관심이 쏠린 작업이 있습니다. 스테판 스프라우즈를 기리는 루이뷔통의 작업입니다. 그는 1980년대의 펑크와 팝 스타일을 접목시킨 패션스타일을 선보이며 독특한 패션작업과 아트로 인정받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2004년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그의 그래피티 작업은 루이뷔통의 2001년 봄여름 컬렉션에 소개된 뒤 패션 아이템이 아티스트의 손길을 거치면 얼마나 멋진 반응을 얻을 수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줬습니다. 세계적인 경제난에 대한 반작용일까요. 스테판 스프라우즈는 이번 시즌엔 좀 더 젊은 느낌으로 형광빛이 도는 컬러를 입고 다시 태어났습니다. 두꺼운 옷을 입었지만 산뜻한 봄이 생각나는 연두색 프린트의 머플러를 두르고 주문을 외워봅니다. ‘봄바람아! 어서 불어라~’.

하상백(패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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