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비디오>아프리카, 더스트, 릴리의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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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아프리카(컬럼비아) 스페인의 독립영화감독으로 각광받는 알퐁스 운그리아의 네번째 작품으로 탄탄한 드라마적 구성과 청소년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학대받는 어머니가 사고로 죽은 것은 사악한 아버지의 짓이라고 믿고 이를 복수하기 위해 천진하게 음모를 꾸미는 청년의 모습을 통해 타락한 사회에 무참히 깨지는 순수한 열정을 보여준다.아버지가 재혼하려는 정부의 딸과 사랑을 나누고 공모하는 상황은 독특한 설정.'아프리카'는 극중 여자 조연의 이름. 이 독특한 이름은 불굴의 마라토너 아베베를 낳은 자연의 힘과 왜곡되지 않은 순수한 마음을 상징한다.가난한 도시빈민 가정에서 일어나는 사건들만으로 오늘날 스페인 사회의 암울한 모습과 모순들을 계속 암시한다.

◇더스트(시네마트) 프랑스로 건너간 영국계 가수겸 배우인 제인 버킨이 다소 철학적인 연기를 펼치는 예술 영화(사진).지난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했던 벨기에 감독 마리온 한셀의 작품이다.아버지에 대한 맹목적 사랑이 사회적으로는 광기로 받아들여져 사막과 같은 환경에서 격리돼 살아가는 노처녀의 초상을 무겁게 그리고 있다.

◇릴리의 선택(CIC) 미국에서 가정적으로 가장 중요한 계절인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부모보다 따뜻한 마음의 가정부 릴리를 따르는 아이들과 순수한 마음의 릴리를 주변인물들이 괴롭히며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한다.비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릴리의 삶의 방식을 찬찬히 음미해보면서 감동하게 되는 미개봉작.냇 킹 콜의 딸이며 최고의 흑인 재즈.팝 가수인 내털리 콜이 가정부 릴리역으로 열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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